고독에 굴하지 않고, 친구도 없이, 애인도 없이. 청춘을 구가하는 동급생들을 보면 「저놈들은 거짓말쟁이다. 기만이다. 뒈져버려라」라고 중얼거리고, 장래희망을 물으면 「일하지 않는 것」이라고 천연덕스럽게 대꾸하는 ─ 삐뚤어진 고교생 하치만이 생활 지도 교사에게 붙들려간 곳은 교내 제일의 미소녀 유키노가 소속된 「봉사부」. 별 볼일 없던 내가 뜻밖에도 이런 미소녀를 만나게 되다니…… 이건 아무리 봐도 러브코메디의 시작!?인 줄만 알았는데 유키노와 하치만의 유감스러운 성격이 그러한 전개를 용납하지 않는다! 그로 인해 펼쳐지는 문제투성이의 청춘 군상극 ─ 내 청춘이 어쩌다 이 꼴이 됐지!?
나는 친구가 없다. / 너도 없다고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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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나친적. 어둠의 나친적. 소문대로 “나는 친구가 적다”는 제목은 이 작품이 더 어울린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주인공 이 자식이 진짜 걸물이네요 ㅋㅋㅋ
완전히 비뚤어져서는 리얼충 폭발하라며 청춘혐오의 궤변을 늘어놓으면서도, 여우가 포도를 시다 하듯 청춘에 대해 열등감 섞인 동경을 살짝 살짝 내비치는 그 모습이...진짜...눈물이 ㅠㅠㅠㅠ 나고요 ㅠㅠㅠㅠ 워낙 극단적인 조형인지라 막 100% 공감 이런 건 아니었습니다만, 학창시절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느꼈던, 그리고 그런 자신의 과거(또는 현재)에 대해 복잡한 감정을 가진 독자라면...보다가 찔끔한 장면이 최소한 한군데는 있지 않을까 싶네요. 가슴 깊은 곳의 응어리를 쿡쿡 찔러댑니다...큭...크큭...흑.화.한.다.
가가가문고라는 레이블의 명성(...)에 걸맞는, 마니악한 비뚤어짐이 일품이라고나 할까요? 비뚤어진 외톨이 주인공의 안쓰러운 언행이 참으로 쌉쏘름...한 재미를 주더라고요...( -_)
독특한 걸 좋아한다거나, 가가가문고라는 단어에 번뜩이는 것이 있거나, 나친적을 보고 제목 사기라며 분노했던 독자라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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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어 놓으니 너무 겁을 주는 것 같아서, 살짝 첨언하자면...트라우마 자극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어둡고 무거운 작품은 아니에요.
일단 비뚤어지긴 했어도 어디까지나 “러브코메디”라는 장르의 최소한의 기본은 지키고 있습니다. 작품을 보기 전에는 저도 가가가문고에 대한 편견과 시니컬한 작품 컨셉 때문에 대리만족을 지나치게 부정하는 작품이 아닐까...평범한 독자에게 상처만 주고 작가 자위로 끝나는 작품이 아닐까...막 이런 걱정을 했었습니다만...최소한 현재로서는 그정도까지 극단으로 달려나간 작품은 아니에요. 밸런스를 잘 잡고 있습니다.
플래그가 생겨도 스스로 부순다는 소리에 걱정이 많았는데, 러브코메적 클리셰는 기본적으로 비웃는 스타일입니다만...주인공의 골 때리는 독백 + 매력적인 등장인물들과 적당히 친해지면서 바보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작품이었네요.
트라우마 자극도...생각보다는 상당히 약한 편이고요. 진지하게 상처를 후벼파는 작품은 아닙니다. 시니컬하게 킬킬대는 블랙코미디라는 느낌? 주인공과의 씽크로 수치에 따라 다르게 느낄 부분입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뭐 그냥 적당히 쓴웃음이 나오는 정도. 중2병 작품으로 비유하자면 AURA와 중2사랑 중에서는 후자라고나 할까 뭐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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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는 옴니버스 구성. 동아리와 관련된 소소한 일상이 연속해서 벌어지는 스타일. 1권만으로는 등장인물들 소개를 봉사부의 일상을 통해 보여주는 수준이고, 딱히 메인 스토리가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닙니다. 원서로 본 지인에 따르면 뒤로 갈수록 스토리성이 강화되고, 거부감을 느끼기 쉬운 유키노시타의 태도나 대사도 새롭게 보이게 된다고 합니다만...어쨌든 1권만으로서는 그래요.
하지만 나친적에서 제목만 보고 기대했다가 정작 작품을 보며 아쉽다고 생각했던 부분을...깨알같이 채워주네요? 그래! 이게 진짜 아웃사이더의 혼이지! 리얼충 폭발해라!!
나친적 작가인 요미땅이 띠지에 추천사를 썼는데, 그 양반 똘끼를 생각하면 그 자신이 가장 이런 걸 쓰고 싶지 않았을까 싶고요~ 나친적만 유명하지 나친적 이전의 똘기 폭발하는 작품들은 거의 안 알려져 있어서(저는 정말 마르고 닳도록 핥지만!)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요미땅이야 말로...이런...“러브코메 클리셰 폭발해라! 히히히!” 하는 안티 러브코메의 선두주자였으니까요! 너무 막 나가버리는 바람에, 저는 좋아했어도 이 작품과 달리 대중적인 호응은 얻지 못했습니다만(일러스트 탓도 크다고 생각하고 싶...), 어쨌든 그랬다고요! 후...제가 요미땅이라면 자기가 하고 싶었던 짓을 대신 저질러 준 이 작품을 보고 가려운 곳을 긁어주어 시원하기도 하고, 살짝 질투나기도 하고, 그랬을 듯...ㅋㅋㅋ
...요미땅의 똘끼 운운하니, 헌티드 완결권을 보고 싶습니다.
이제 슬슬 2년 가까워 지고 있지 않음?
J노벨 개새끼.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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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참, 그리고 자꾸 나친적하고 비교되는 작품이라 하는 말입니다만, 솔직히 제가 보기엔 방향성이 180도 다른 것도 있어서 딱히 닮았다는 느낌은 안 들더라고요. 너무 비슷한 거 아니냐, 아류작이다, 뭐 이런 평가를 하는 분들도 많아 좀 긴장했었는데...원래 제가 이런 경우에 관대한 편이기도 하고...아니 소재 정도야 당연히 겹쳐도 되는 것 아닌가요? 하늘 아래 정말로 새로운 것이 대체 얼마나 있다고! 외톨이, 동아리라는 컨셉 단위의 유사점만 보고 나쁘게 말하기는 좀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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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유키노란 이름의 여캐는, 단장의 그림도 그렇고 이 작품도 그렇고, 왜 이리 언행에 서릿발이 날리나요...성격 파탄 히익...너무해...인간적으로 얽히고 싶지 않거든요!?
주인공이 워낙 삐뚤어져있다 보니, 청춘을 겉으로는 조롱하면서도 살짝살짝 열등감 섞인 선망을 자학을 통해 내보이는 그에게 공감과 한심함을 동시에 느끼다 보니, 그런 주인공을 맘껏 갈궈도 처음에는 별 반감이 없었는데...혼낼 것을 가지고 혼내야지, 아무리 그래도 뒤로 갈수록 너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상식적인 시비를 거는 경향이 있어서...
그래서 뒤로 갈수록 주인공보고 좀 맞서 싸우라며 응원을 하게 되더라고요. 어느 정도 대등하게 서로 욕질하며 툭탁거렸으면 더 재밌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는 좀 균형이 잡히는 것 같더니 갈수록 주인공이 일방적으로 밀리는 감이 있어서...그게 좀 아쉬웠네요.
주인공 하치만 얘 말만 번지르르하지, 기 너무 잘 죽...;ㅅ;
하지만 뭐...이렇게 입만 살아있는 찌지리궁상이지만...그 마지막까지 뚝심있게 밀어붙이며 "리얼충 폭발해라!"를 외치던, 신념의 외톨이ISM만큼은...인정해 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청춘은...사기다! 사기라고! 리얼충...폭발해라!! 흐규ㅠㅠㅠㅠ 청춘이라는 이름의 포도따위, 시어빠진 것이었음이 틀림없는 것이다...캬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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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히로인이 될 수 없는 포지션이긴 하지만, 선생님 귀여워요...예뻐요...일러스트 꽤 취향인데, 그 중에서도 특히 취향인 외모...털털하고 늘씬한 만화 좋아하는 거유 교사 만세...좀 더 비중이 높아졌으면 좋겠네요!
유이가하마는...유일하게 주인공과 좀 썸씽이 있을법한 서브히로인이죠. 적당히 멍청하면서도 털털하고 살가운 느낌이 귀엽...습니다만...미안...네 이름이 기억이 안 나서 계속 걸레로만 쓰다가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검색해서 바꿨어...첫만남 때의 걸레 발언이 너무 임팩트가 있었던 탓일까요...하치만 너 임마 말이 심하잖아 ㅠㅠ
토츠카는 뭐...이 작품에서 얼마 안 되는 클리셰스러운 캐릭터긴 한데...ㅋ
아, 여동생도 선생님 만큼이나 비중 높아지기를 희망. 오빠에게 아양 떨며 여우짓하는 모습이 리얼하게 사이 좋은 여동생이라는 느낌이라 신선하고 귀여웠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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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작가의 자서전(...)스러운 작품이라 그런지, 이 작품에서 청춘을 상징하는 그룹으로서 내세워지는 미우라 그룹의 묘사가 참 뭐랄까...작가 레벨에서 열등감이 느껴지지요 ㅋㅋㅋ 아 이거 좀 답답하면서도 부끄러웠 ㅋㅋㅋ 싸가지 없는 그다지 재평가할 여지가 없는 악역인 것처럼 묘사되면서도, 별다른 묘사 없이 또 급작스럽게 “그래도 좋은 녀석들”이라느니, “유이는 결국 화해했다느니” 이런식으로 급 화해시키는 서술이, 작가가 “리얼충놈들 폭발해라...”라고 증오를 쏟아내다가, 그런 자신이 또 부끄러워져서 급수습 하고, 다시 증오를 폭발시키고, 막 이렇게 감정적으로 갈팡질팡하면서 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래서 그런지, 미우라 그룹의 취급이 되게 어정쩡하고 일관성이 없다고 느끼면서도...그렇게까지 까고 싶지는 않더라고요...왠지 모르게 막 작가가 공감되고...불쌍해!(...)
하지만 솔직히 어설픈 부분이기는 했음. 악의는 없었다느니 그래도...리얼충 그룹의 테니스 관련 시비는 아무리 봐도 개념이 없는 것 맞고...미우라는 아무리 봐도 악녀고...하야마도 미우라 제어를 못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실드쳐 줄 여지는 없죠...음...리얼충 그룹을 좀 더 냉정하게 취급해 줬으면 좋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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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과 8장 제목에 주인공의 이름인 “히키가야 하치만”이 들어가 있는데, 그 장 제목만 “하치만”이 “하지만”으로 들어가 있음.
...이런 실수 좀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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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로 읽는 지인들이 항상 "역시 내 청춘 러브코미디는 잘못되어 있다."로 불렀던지라, 솔직히 처음에 정발판 제목을 들었을 때 위화감 쩔었습니다...이제 겨우 좀 익숙해 졌네요.
tag : 라이트노벨, 역시내청춘러브코메디는잘못됐다, 와타리와타루, L노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