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코메 속성이 있긴 하지만, 작가가 공언하듯 기본적으로는 “청춘연애물”.
다만 어째 겉절이인 러브코메가 쏙 마음에 든 것에 비해, 메인인 청춘연애분은 영 제 취향에 맞지 않아 곤란했던 작품입니다. 러브코메로서 주인공에게 동시에 고백한 두 미소녀의 캣파이트는 “인기남 판타지”를 비겁할 정도로 충족시켜 주고, 사랑에 빠진 소녀에 대한 상세한 심리묘사도 보는 사람이 부끄러울 정도로 녹아내리는 것이 아주 좋았습니다만, 그놈의 “청춘”이...좀...^^;;;;;;;;;;;;;;;
러브코메분을 제외한 시리어스 파트는 크게 영화찍기를 통한 자아실현 스토리 + 한국 드라마가 생각나는 배배 꼬인 혈연 + 히로인의 슬픔을 막기 위해 폭발하는 주인공의 사춘기적 감정론, 대충 이 정도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한드적 요소에는 별 거부감이 없었지만(원래 속칭 “막장”이라 하는 자극적 소재를 즐기는 편이기도 하고요) 영화 찍기와 사춘기적 감수성이 좀...돋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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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 찍기”부터.
지극히 개인적인 불만입니다만...왜 일본쪽 픽션은 애들이 문화계 동아리활동을 하면 항상 영화를 찍는 것일까요...그리고 왜 항상 찍는 영화는 시놉시스만 들어도 잠이 쏟아지는 독립영화계열인 것인가요...일본인 친구가 있다면, 너네 영화 찍는 거 정말 이렇게 좋아하냐고 막 물어보고 싶고요...후...저는 스토리를 사랑하지 이런 류의 영상예술에는 영 둔감한 사람인지라 공감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영화촬영과 스토리가 따로 노는 게 제게는 차라리 좋았을 거에요. 영화를 통해 주인공과 히로인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성장한다는 구성인만큼, 작품을 즐기려면 작가가 묘사하는 영화에서 아름다운 부분, 대단한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공감이 필요한데, 그런 게 전혀 와 닿지가 않아서...예술영화 싫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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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작가가 진짜 쓰고 싶었던 것이, 그런 시놉시스만 들어도 잠이 쏟아지는 독립영화계열의 이야기였던 것이 틀림없다”고 했는데, 저도 동의. 이 작가 제가 알기로는 좀 전형적인 모에물로 히트친 작가로 아는데 말이죠...사실은 이런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걸까요...?
좀 놀랐습니다. 하지만 작가님, 그 아티스트로서의 개인적인 욕망은, 가능한 참고 사시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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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적 감정론도 참 맘에 안 들었어요. “주인공들의 논리” VS “어른의 논리”로 충돌을 시키고는 “아이만세!”로 끝나는데...아니 내가 10대독자라면 “더러운 어른들의 사정따위 내가 부셔주겠어!” 막 이랬을지도 모르겠지만...저는...어른이니까요...어른은 적이 아니야...부정하지 말라고...어른이 뭐가 나빠...ㅠ_ㅠ
작품의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보탄의 “어른의 논리”가, 주인공 일행의 논리보다 100배는 공감가고 이해가는 것 있죠? 히로인들이 보탄을 미워하고 상처받는 모습이 너무 뜬금없고 이해가 안 가서...솔까말 찌질해 보였습니다. 보탄이 혐오받아 마땅한 나쁜 녀석이라는 전제가 먼저 깔려 있었어야 소녀들의 분노가 좀 이해가 갔을 텐데...시노노메는 좀 불쌍했지만 보탄 보다는 어머니가 욕을 먹어야 할 경우고...나루시마는...얘 진짜 개뜬금;;
솔직히 “역시 내 핏줄이구나 허허허 열심히 하거라”에 빡쳐서 덤벼드는 딸이 이상한 거잖아요...“아버지 역할도 제대로 안 한 주제에!”라고 해 봤자, 요즘 시대에 혈연만 이어져 있을 뿐 친밀감은 없는 드라이한 관계따위 흘러 넘치고 말이죠...-3-
“사랑하는 소녀들을 슬프게 하는 녀석을 한 방 먹여주고 싶다”는 주인공의 감정만큼은 납득이 가지만, 주인공 스스로도 알다시피 정당성이 너무 없음.
히로인들이 왜 상처 받았는지 모르겠고...앞서도 말했듯이 스토리와 직결되는 영화는 이해도 안 가고...애들의 논리라는 것도 어른이라 그런지 거부감이 가고...이러니 시리어스 파트가 재미있게 느껴질 리가...난 나루시마 하나가 너무 난리를 쳐서, 어린 시절의 무슨 성적 학대라도 당한 줄 알았음. 고작 그 정도로 그 난리라니...장난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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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시 말하지만, 러브코메는 진짜 짱 마음에 들었음요 이 작품.
일단 시노노메 하나가 아가씨 캐릭터인 주제에 초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게 되게...좋고, 거기에 나루미야 하나도 “줄 수 없어!”란 느낌으로 응수하는 게...메가데레 귀여웡...그래 츤데레보다는 메가데레지...입이 히죽이죽...좋구나...인기남 판타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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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퀄의 일러스트도 이런 소녀들의 귀여움을 능숙하게 받춰주고 있고요.
진짜 일러스트 짱 좋음. 좀 전형적이지만 전체적으로 퀄리티가 높은 미소녀 그림체인데, 흑백 컬러 다 고퀄임요. 에로게 출신이라 그런지 깔끔한 그림체로도 섹시어필을 아주 능숙하게 해내고 있습니다. 다른 작품에서 다시 만나길 기원하게 되네요!
판치라도 판치라지만, 엉덩이와 허벅지가 이어지는 사이의...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참 민망한 부분의 묘사가 진짜...특히 컬러 일러의 시노노메 하나의 일러스트는 정말...볼륨감이...집착이 노골적으로 느껴지는 게...료카 씨 진짜 신사!
아니 여성이라고 하니 이 경우는 숙녀인가요? ㅋㅋㅋ
다만...지인이 말해주길, 유감스럽게도 일러 숫자가 상당히 적다고 하네요...비싼 몸이라 그런가...제가 안 본 101번째 괴담이라는 작품도 삽화수가 꽤 적다고 하고...크흑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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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메가데레분이 가득한 러브코메+청춘연애물. 제가 거슬린다 한 부분(영화, 감정론)이 신경 쓰이지 않는 분은, 귀여운 히로인들에게 사랑받는 기분만큼은 정말 극락이니 한번 도전해 보셔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청춘소설로서의 스토리가 좀 더 취향에 맞았더라면, 러브코메로서는 인기남 판타지를 워낙 잘 충족시켜준 작품이기에 훨씬 높은 평가를 줄 수 있었을 텐데...아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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