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에 등장한 그녀!
청순가련 미소녀지만 실체는 식인귀!
과연 그녀와의 동거생활은 무사할 수 있을 것인가?!
“처음 뵙겠습니다. 오오가미 쿠로에라고 합니다.”
갑자기 전학해온 그 미소녀는, 고교생 카미사키 토오야의 ‘자칭 약혼녀’.
하지만 그 정체는….
‘한 달에 한 번, 인간을 먹게 해준다. 그것이 나와의 계약이다.’
죽을 뻔했던 토오야가 목숨을 구하기 위해 계약한 식인귀였다!
계약에 따라 매월 인간 한 명을 그녀에게 먹게 해줘야만 하는 토오야.
“오오가미 씨는 토오야 군과는 어떤 사이인가요?!”
하지만 그런 사정과는 상관없이,
소꿉친구인 쿠루미 리카가 쿠로에에게 묻는다.
이것은 요괴와 함께 살게 된 소년의 ‘딜레마에 빠진 일상’ 이야기.
‘앞으로 오랫동안 잘 부탁한다, 나의 주인.’
제3회 GA문고대상 장려상 수상작!
우연히 미소녀요괴와 만나 깊은 관계가 된다는 달콤한 설정과, “식인”과 “죄”가 대두되는 하드한 전개라는, 언밸런스한 조합의 주는 기묘한 매력이 일품인 작품.
위의 광고문구만 봐서는 자극적인 설정에만 천착한 흔한 능배물로 착각할 여지가 있습니다만, 실제로는 “식인귀와의 일상”을 통해 주인공의 “죄의식”을 파고드는 대단히 비뚤어진 개성을 가진 작품이에요! 이렇게 “악”이 정면으로 대두되는 이야기는, 응보를 안일하게 처리할 경우 짜증나서 책을 벽을 향해 집어던지게 되기 십상입니다만, 성공할 경우 제 취향의 농후한 맛을 선보여 주게 되는데요, 다행히도 이 작품은 후자였네요! 만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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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 작품, 흡입력이 좋아요.
볼륨 자체는 200페이지 정도로 상당히 얇은 편입니다만, 양보단 질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꽉 짜인 구성을 보여줍니다. 군살이 없어요. 개인의 내적갈등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까놓고 말해 주인공이 끙끙 앓아대는 전개입니다만...이러한 구성 덕분에 답답함은 거의 느끼지 못했네요. 휙휙 넘어가는 속도감이 일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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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 데로 새지 않는 스토리 일직선의 구성이니만큼, 필연적으로 모에 어필의 비중은 미미한 편입니다만, 캐릭터의 매력에 별 불만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오오가미와의 일상 이벤트들 자체는 러브코메디의 클리셰와 별 차이 없는 것이었습니다만...“주인공에게 한 달에 한 번, 자신이 잡아먹을 인간의 선정을 강요한다.”는 배경 덕분에 느낌이 꽤 달라지거든요.
클리셰를 클리셰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게 되니까요.
속을 알 수 없는 신비한 히로인이란, 이런 부분에서 정말 좋은 법이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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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러한 “신비성”의 끝을 보여주는 조형이, 바로 이 작품의 오오가미 쿠로에와 같은 “인간이 아닌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런 설정을 참 좋아해서...마음에 쏙 들었네요!
여기서 제가 말하는 “인간이 아니다”는 속성은, 흔히 말하는 것에 비해 좀 더 엄밀한 경우를 뜻합니다. 힘만 강하지 정신체계 그 자체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는, 그런 흔한 유형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교감을 나누면서도, 어느 한 구석에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차이가 있는...그런 정말로 인간이 아닌 경우를 의미하는 겁니다.
이 작품의 쿠로에는 제 이런 취향의 시발점인 나기(나루시마 유리 作, 소년마법사) 정도로 먼 존재는 아니지만...너무 멀기만 한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니까요. 그 고고하고 초연한, 다른 존재로서의 신비한 분위기만큼은 성공적으로 연출해 냈다고 칭찬해 주고 싶네요! 작가는 이 작품을 쿠로에를 등장시키고 싶다는 욕망 하나로 시작했다고 하던데, 영화 불가사리를 좋아한다고 한 것도 그렇고...이 양반 뭔가 나랑 통하는 듯!!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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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쿠로에가 마음에 들었기에, 주인공의 지나친 공포심에는 좀 불만.
아니 무서워하는 게 옳기는 하지만요...사람으로서 식인귀를 신고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것도 맞지만요...그래도...일단 네게는 목숨을 살려 준 구원자인데...하는 짓도 문제의 그 “선정”만 빼면 참 귀엽고...미워할 수 없는데...명령하는 대로 다 해주겠다는데...노예플레이라는데...네가 치킨만 아니었어도 18금 찍을 수 있었는데!(爆)
대놓고 미색에 흔들리고 있습니다만, 미워할 수 없는 걸요! “인간의 애증이 잘 그려져있어 재밌어!” 같은 픽션 취향도 나랑 너무 똑같고! 예전부터 미소녀니 봐 주자는 식의 안일한 응보에는 치를 떨어왔지만...권선징악 좋아합니다만...이 작품은 뒤에서 이야기 하겠지만 “죄”를 나름 깊이 있게 파고드는 작품이기도 해서 거부감은 들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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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이런 매력에는 일러스트도 상당부분 기여를 하는 법.
흑백 삽화는 좀 컬러와 흑백의 차이를 모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컬러를 그리는 방식 그대로 흑백을 그렸다는 느낌이 들지만...전체적으로는 샤프한 맛이 상당히 취향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컬러일러스트가 대박이에요 대박! 표지는 너무 수수해서 별다른 임팩트가 없는데, 바로 책을 펼치면 나오는 컬러가...컬러가...쿠로에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가슴이 살짝 안타깝지만, 너무 느낌이 좋은 그림 아닌가요?
보는 순간 중2의 혼이 요동쳤다제!
그야말로...한 떨기 나락의 꽃...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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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일러스트레이터 이름이
카스가 아유무.
...오사카는 하면 할 수 있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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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에 대하여.
소문대로 제법 씁쓸했지만...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어설픈 정당화”가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네요. 이런 류의 반사회적 설정의 히로인이 존재하는 작품들은, 어떤 식으로든 주인공의 히로인에 대한 애착이나, 히로인의 죄악에 대해 정당화를 시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게 조금만 삐끗하면 딱 그거거든요 그거. 제가 제일 싫어하는 것들 중 하나인 “안일한 용서”.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도 없는, 인간이 감정적인 생물임을 망각하는 사람 제대로 빡치게 만드는 전개.
그런 거슬림이 이 작품에는 없었네요.
그래서 그 한없이 어리석고 이기적이지만 인간적인 이기심을...옳다고 말해 줄 수는 없어도, 심정적으로 공감해 줄 수는 있었어요. 어설프게 전긍정을 노리기보다는, 이렇게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 좋음. 사야의 노래도 그래서 즐길 수 있었던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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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권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될지 모르겠지만(의식변화만을 끝없이 파고드는 것은 시리즈물로 길게 끌고 나가기에는 너무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초안은 죄책감을 느끼는 요괴라는 뻔한 컨셉이었다고 하는데, 이렇게 독특하게 비뚤어진 이야기로 완성되어 정말 다행이네요. 라노베에는 드문 이 하드코어함, 너무 좋아!
개인적으로는 이런 류의 “죄”가 대두되는 작품은 자기파멸의 미학과의 상성이 최고인 만큼, 죄를 정면으로 껴안고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썩어버리는...그런 파멸의 향기가 풀풀 날리는 전개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만...뭐...그렇게까지 독기를 보여줄 것 같지는 않네요. 그냥 저를 납득시킬 수 있는 전개만 보여준다면, 그걸로 만족하기로 하겠음...( *`ω´)
tag : 라이트노벨, 그와식인귀의일상, 카미사카네코, NT노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