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감상은 시드노벨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승규 작가의 시드-노엔 7월 동시발매신작 중, 시드노벨 쪽의 작품.
사실 이쪽은 “나노예”에 비해...별 관심이 없었어요. 일단 일러스트가 제 취향에는 너무 로리였고, 제목도 너무 평범해 보였거든요. 광고도 화려하게 터트려 준 나노예에 비해 너무 평범한 러브코메 같았고...나승규라는 작가의 독특한 매력을 보이는 데는 시드노벨보다는 작가주의적 성향이 짙은 노엔이 더 적절할 거라는 편견도 있었고...
근데 이게 웬일? 이게 웬일?
나노예에 비해 화제성은 부족했지만, 저는 이 작품 쪽이 더 재미있었네요!
나승규라는 작가 특유의 무겁고 파괴적인 색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면서, 러브코메디물로서도 확실하게 작품이 성립하고 있어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야 말았습니다. 가벼울 때와 무거울 때의 차이가 지나치게 커서, 초반엔 밸런스 문제로 걱정이 많았는데... 발동이 좀 늦게 걸린 것은 문제지만, 최종적으로는 정말 멋지게 마무리 해냈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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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초반에는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컸습니다. 일단 러브코메 요소와 어두운 세계관이 너무...따로 놀더라고요. 위화감 만빵; 솔직히 이 작품을 끝까지 보고 호평을 하게 된 지금으로서도, 초반의 어둠은 좀 지나쳤다는 느낌이네요. 처음엔 순정만화에 흔한 재벌환상계열인 줄 알았는데...정반대로 천민자본주의를 차갑게 조소하는 “안티재벌환상”로서의 시니컬한 독기가 마구 뿜어져 나오는 것이...히이이익!
계급간 격차의 묘사가 당장 공산혁명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심각한 분위기입니다. 자본주의 돼지의 수구라니, 수구라니, 이게 라노베에서 진심으로 외쳐질 구호냐곸ㅋㅋㅋㅋㅋㅋㅋㅋ 인민을 착취하는 더러운 부자놈들을 죽여라! 인민이여! 혁명이다! 야호오워우어어어웤ㅋㅋㅋ 막 이런 분위기?
참 네거티브하면서도 나승규적으로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그 느낌이 대단히 유쾌하긴 한데...나노예와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함에도 블랙 코미디로서 실컷 낄낄대며 볼 수 있긴 한데...이 작품, 천민자본주의의 비판이 메인 테마인 작품은 아니니까요. 후반 전개에서 유효적절하게 사용되었다면 몰라도, 그것도 아니였고 말이죠...즐겁긴 했지만 러브코메 이벤트와의 위화감을 조성시킬 정도로 필요한 부분은 아니었다고 봅니다;
솔직히 작가 취미로 무리하게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개인적으로는 그죄용에서 내용과 상관없이 지나치게 고어신이 나올 때가 떠올랐다고나 할까 뭐 그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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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노예 못지 않게 이 작품도 좀 정신 나간 맛이 있지 않음?
나노예와 비교 할 때, 이 작품 딱히 밝지도 않아요! 프러스 마이너스를 평균 내자면 단연코 나노예 쪽이 네거티브 수치가 더 높지만, 나노예가 기복 없이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일정량의 네거티브 수치를 보이는 것과는 달리, 리베레디는...기복이 크죠. 밝을 때엔 그냥 바보 러브 코메디인데, 어두울 때는 진짜...솔직히 리베레디 쪽이 막장일 땐 더 하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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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품 초반부를 보며 부르주아들에 대한 분노에 타오르다가, 뻘한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누군가 천민자본주의 횡포의 끝에 공산혁명이 터져 나오던…산업혁명기 시절의 혼란을 모티브로 라노베를 써 주면 재밌겠다는…그런...동무, 혁명이라우!
아 이거 무리. 코렁탕이 우리를 기다린다(…)
그러고 보니 후지융의 연옥공주가 딱 산업혁명기의 어둠을 베이스로 판타지를 얹은 어두침침한 세계관이었는데…비극성의 강조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 딱히 구조의 부조리함에 대한 문제의식 같은 것은 없었던 듯.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죠…(´・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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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이런 위화감은 중반을 넘어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거의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발동이 좀 늦은 타입의 작품이었습니다.
일단...아리가 진짜 살인적으로 귀엽습니다...하아...아리쨔응...
이걸 뭐라고 해야 하나...백치미? 정박아 모에? “카가미까나? 카가미쟈나이까나? 카가미다요!” 막 이런 느낌이....ㅋㅋㅋ 초반엔 좀 위화감이 들었는데, 중반 들어서면서부터는 너무 무거운 배경이고 뭐고 아리만 등장하면 뇌속에서 절로 바보스러운 BGM이 알아서 흘러나오는 느낌. 아 진짜 얘 왜 이렇게 병신 같은데 귀엽나요...존나 사랑스러움 ㅠㅠㅠㅠ
무엇보다 애가 멍청하기만 한 것이 아니에요! 진짜 현자임!! 개인적으로 참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이라고나 할까...진짜 아리야 말로 인생의 승리자 아닌가요? 아리 같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꼭 “네가 지금 여유가 있으니 그런 배부른 소리를 한다.” 같은 식의 질투어린 비판이 뒤따르고, 실제로 그런 경우가 많긴 합니다만...최소한 아리 얘는 진짜 없이 살면서도 남의 눈치 안 보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그런 아이 맞거든요.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운, 자신의 가치는 스스로 정하는 자유인. 그러면서도 타인을 무시하지 않고 배려하는 완성된 자아. 그래요, 이런 게 행복한 인간이라는 거죠...;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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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아리가 메인이지만, 수리나 지우도 상당히 괜찮은 캐릭터.
일단 지우는 주인공 같은 허섭스레기(...)와는 격이 다른 진정한 복수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존재가치가 있습니다. 이 아이 하나 덕분에 이 작품의 후반이 엄청나게 진지해졌다고나 할까, 안이하게 빠져나갈 뒷길이 원천차단 당해버렸다고나 할까...좋아요, 이런 안이하지 않은 응보! 사람의 부정적인 감정을 부정하지 않는 강렬한 복수심의 묘사! 원념 빠이야!!
이런 어둡고 무거운 부분을 용서로 은근슬쩍 넘기려고 하지 않고, 진지하게 정면돌파를 택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전 이 작품을 사랑 할 수 있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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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시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초반에는 너무 설정이 허황됐다고나 할까, 살아있는 먼치킨이라 별 정이 안 갔어요. 어디까지나 작품의 메인은 아리였고. 근데 의외로 히로인스러운 묘사가 점점 늘어나더니, 달콤한 로맨스가...절대적으로 월등한 존재에게 인정받는다는 기쁨의 묘사가...ㅋ...외로운 만인지상을 정신적으로 지탱한다는 클리셰는, 뻔하지만 되게 로맨틱하고...독특한 매력이 있지 않나요!? 개인적으로 참 오랫동안 즐기지 못한 클리셰이기도 해서 반가웠고!!
무엇보다 이 클리셰가 그 클리셰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수리의 또 다른 매력에 대하여. 누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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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전개도 대만족. 걱정하던 빛과 어둠의 조화를 기대 이상으로 이루어 냈습니다. 시니컬한 천민자본주의의 풍자는 일단 치우고, 복수라는 테마 하나에 집중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이런 이야기는 보통 복수를 되게 안이하게 다루면서, 과거는 일단 잊고 용서하고는 모두 함께 밝은 미래를 향해 걸어나가요~ 막 이러는 경우가 많잖아요? 저 그럴 때마다 무지 빡쳤거든요? 복수가 쉬운 줄 알아?! 복수에의 원념이, 그 강렬한 증오가, 그렇게 쉽게 해소될 감정이었으면 예전에 지상천국이 건설됐겠지! 막 이랬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그렇게 안이하지 않았어요. 생각보다 깊이 있는 심리묘사에, 등장인물 대부분에게 강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이 참 안이해 빠진 바보였던 것이, 다 이 때의 반전을 위한 것이었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렇게 결국 진정으로 악해지지 못하는 주인공의 선택에 공감하면서도, 지우의 진정 고통 받은 사람의 증오 또한 절절하게 이해가 가서...ㅠㅠㅠㅠ 이게 제대로 수습되지 못하고 망했다면 진짜 망작이 되었을 텐데, 다행스럽게도 얘네가 왜 이러는지 제대로 저를 납득시켜 준지라...음, 만족!
이렇게 질척질척하니 곪아서 썩어 흐르는 감정의 격렬한 부딪힘, 저 너무 좋아함...
그래서 이 작품의 네거티브를 담당하는 지우의 비중이 부족하다는 것이...개인적으로 너무나 안타깝습니다...흑흑. 얘 2권에는 비중 좀 늘어났으면 좋겠으요...아니 이미 가장 중요한 종기가 찍 하고 짜내어졌으니, 비중이 늘어봤자 큰 의미는 없으려나...
그래도 숏컷 안경이니...외양적인 캐릭터 디자인만으로는 가장 마음에 드는 히로인이니...좀 더 히로인다운 비중이 늘어난다면...조,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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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결론만 정리해서 보자면 두 자매의 우인그룹에 대한 감정에 좀 주인공 편의적인 느낌이 있기는 한데, 그런 설정이 없었더라면 진짜 러브고 뭐고 없는 진흙탕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요....빛과 어둠의 조화는커녕 어둠으로만 도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러브코메디를 유지하며 복수도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이 방법이 최선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복수물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개인적으로 “주인공의 복수심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정당화”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이 복수대상이 히로인이라는 것 때문에 흐려지는가 했더니 좀 편의적이기는 해도 결국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가 되네요!
2권에서는 과연 어떤 복수가 이루어질지...기대하고 있습니다. 얼른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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