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승규다운 거친 에너지가 일품인 청춘성장/블랙코미디.
어장관리라는 소재가 소재인 만큼, 사람에 따라서는 멘탈에 막대한 충격이 있을 수도 있으니 주의...가 필요한 작품입니다만, 저는 코미디 쪽에 집중을 해서 그런지 신나게 웃어대며 작품을 봤네요. 버들이 주인공 난도질 하는 거 존나 시원하지 않음? 호구새낔ㅋㅋㅋ주거랔ㅋㅋㅋ파괴의 카타르시스! 네거티브 스파이럴! 아 시원하다!! 역시 나승규는 이거죠 이거, 독기서린 전부정의 쾌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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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주인공이 호구라는 설정에는 꽤 걱정이 컸습니다.
호구 속성 개인적으로 되게...싫어하거든요. 답답하거든요. 짜증나거든요!
근데 이 작품은 참...그런 호구 주인공에게 용서가 없어서...ㅋ...주인공의 아픔에 공감하기 보다는, 주인공의 멍청함을 까는 재미로 봤네요! 주인공이 아닌 버들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작품을 즐긴 느낌? 제가 진짜 맘에 안 드는, 멍청할 정도로 착해빠지기만 해서 정이 안 가는 주인공이 악역에게 제대로 괴롬힘을 당하면...주인공 보다는 악역에게 감정이입을 해서 주인공을 관찰자 시점에서 괴롭히며 즐기는 경향이 있는데...그게 이번에도 발동했어요!
스스로 생각해도 좀 비정상적인 독서법이긴 한데...주인공 이 자식이 호구인 주제에 자신이 반한 여자 외에는 대단히...우유부단 하지 않은 것을 넘어, 싸가지가 없는 성격인지라(친구 일므 정도는 좀 외워 ㅗ)...그로 인한 짜증에 그닥 동정이 안 갔고요...
무엇보다 제가 어장과 거리가 먼 삶을 살아서 그런지 쓰리라고, 아파하라고 적어 놓은 것 같은 부분이 저는 그냥 블랙 코미디로서 순수하게 즐겁기만 하더라고요? 멍청한 호구가 주인공 버프 하나로 멀쩡한 사람 불합리하게 바보 만드는 전개를 볼 때마다 받아왔던 그 스트레스를...분노를...이 작품에서 다 푸는 느낌! 주인공이 호구지만, 세계가, 작가가 주인공의 호구짓을 옹호하지 않아!! 버들의 찰진 매도에 히이이익 히이이익 거리며 데꿀멍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진짜...속이 뻥 뚫리는 게...만담은 만담인데 정신적인 SM만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버들의 언어의 채찍질은 카와이하고도...하악하악.
아무리 저라도 후반에 진지하게 주인공의 사랑의 고통에 신음할 때는, 나름 찡한 기분이 들며 동정하고 공감도 해주고 막 그랬습니다만...기본적으로는 이런 느낌이었네요;
어장관리라는 남자의 심장에 존나게 나쁜 소재를, 버들과의 (변태)러브코메와 시니컬한 만담을 통해, 유쾌상쾌통쾌한 느낌으로 라노베답게 어레인지했다는 느낌 >_<
주인공 괴롭히기, 짱 즐거웠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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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모든 작품이 그렇겠지만, 이 작품은 특히나 독자의 연애관, 경험, 성격, 가치관 등등 살면서 형성시켜 온 에고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에 차이가 큰 것 같더라고요. 작가가 삼키기 지나치게 힘들어지지 않도록, 분위기를 띄우려고 애 쓴 흔적이 작품 곳곳에 보입니다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사람에게는 이 작품...되게 아프고 쓰렸다고 하니까요...
저는 좀 주인공과 거리를 둔, 관찰자에 지극히 가까운 메타적 시선으로 작품을 바라보았지만...평범하게 주인공과의 공감을 통한 혼연일체, “주인공=나”로서 작품을 즐긴 지인들은...개인적인 경험이 리플레이 되며 중간에 너무 아파서 울 뻔했다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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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찰진 독설이 신나는, 유쾌하게 질주하는 작품이었습니다만...마지막이 좀;
정제되지 않은 야수 같은 기세가 좋은 작가인데, 마지막은 너무 정제됐다고나 할까...타협의 스멜이 짙게 풍겨서 썩 마음에 차질 않더라고요. 너무 좋게좋게만 풀린 것 아님?
아무리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고 해도 솔이 배신한 것은 사실인데...그 죄에 비해 지나치게 쉽게 용서받았다는 느낌. 주인공이 좀 더 인간적으로 배신감을 토로하며 화내고, 슬퍼하고, 여하튼 부정적인 감정을 막 쏟아내는 쪽이 여러모로 후련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저는 최소한 마지막 장면만큼은 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말 할수록 빡이 돌고 감정도 북받치고 막 그런 인지상정의 모습을 보여줄 줄 알았는데, 그런 상황마저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인간 같지 않을 정도로 착하기만 한 주인공...아...이 녀석 싫...시궁창을...독기를 줘...네거티브 폭발시켜 줘...이 뿌리부터 호구인 새끼야...그렇게 참기만 하다 병난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
주인공 그는 정말로 다시 보기 힘든 내츄럴 본 호구였습니다...
그래서 전 청춘성장물로서는...잘 와 닿지가 않더라고요. 그 쪽도 의도한 것이 맞는 것 같긴 한데, “성장”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좀 애매한 것 같아서 -_-a
친구로서의 사랑과 연애로서의 사랑이 그렇게 명백하게 떨어지냐...솔의 그 쓸데없이 미련을 남기게 만드는 그 언행은 뭐냐...뭐 이런 가치관 차이에 따른 반감도 좀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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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렛츠 배덕! 렛츠 시궁창!
예인과의 BL을 좀 더 솔과의 갈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아수라장으로 만드는 쪽이 저로서는 좀 더 재밌었었을 것 같습니다. 전 당연히 “솔>예인>주인공>솔”의 쳇바퀴 도는 관계가 이 작품 갈등의 핵심이 될 줄 알았어요. 솔이 주인공을 등쳐먹은 이유도 “예인>주인공”을 눈치 채고 여자로서의 질투에...그만...대충 이런 느낌으로 전개될 줄 알았고요. 그랬다면 차라리 솔을 더 불쌍하게 여기고 이해해 줄 수 있었을 것 같은데...으음;
이 쳇바퀴처럼 빙빙 도는 관계는, 예인의 이야기는 2권 이후에서 본격적으로 파고들 생각인 것 같습니다만...1권에서 솔과 예인이 너무 따로 놀며 좀 허한 느낌이 들었던지라...1권의 갈등의 밀도를 조금 더 높여도 좋지 않았을까, 뭐 그런 아쉬움이 있네요!
사실 이 이상 시궁창이 되었다간 위험할 테지만요. 좋아하는 작가가 대중과 타협을 시도하며 내 취향에서 멀어지는 것은...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조금은 아픈 일이라능...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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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들 귀엽지 않나요 버들? 시작부터 존나 제대로 임팩트 있는 미친 등장 시발ㅋㅋㅋ
정말 히로인으로서 받아들여질 생각이 있는 건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막나가는 변태=스토커=치녀의 모습을 보여주는 그녀! 히로인이라고는 버들 하나뿐인데 이렇게까지 막나가게 만들면...만들면...좋아 죽겠네 좋아 죽겠네 아이곸ㅋㅋㅋㅋㅋㅋ 저 원래 괴상한 거 좋아하고요 그래서 치녀도 만만세입니다 감사합니닼ㅋㅋㅋㅋ병신력 폭발해라ㅋㅋㅋㅋ나친적에서 리카 싫어하는 사람 꽤 있는 것처럼, 얘도 취향 탈...아니 얘는 농도가 더 심하니 그 이상으로 취향 탈 것이 확실한 히로인이지만, 게다가 얘가 오직 단 한 명 존재하는 이 작품의 히로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앞이 깜깜해 질 지경이지만(솔도 히로인이라고 주장하시는 분, 진지하게 버들 선생님의 호구탈출특강을 재독할 것을 추천드립...), 저는 얘가 너무 너무 사랑스럽더라고요...후...몸만 로리가 아니였어도 완벽한데...ㅠㅠㅠㅠ
게다가 이런 캐들이 항상 그렇듯이, 평상시에는 바보 변태지만 필요할 때에는 정말 놀랄 정도로 정상적이고 현명하면서도 포용력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변태지만 성녀...저 같으면 자기가 호구라는 것을 인정하고도 포기 못하는 주인공 따위, 특강을 듣고도 정신 못차리는 시점에서 그냥 그렇게 살다 죽어라 등신아...하고 포기했을 텐데, “난 착한 사람이 상처 받고 사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라니...그 올곧음에, 선량함에 가슴이 찡해졌고요...그렇제...선량한 사람은 복을 받아야제...세상이 잘못된 거라고! ㅠㅠㅠㅠ
뜨거운 가슴에 차가운 이성, 좋지 않은가.
변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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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를 언급하며 나온 아버지에의 증오도 참...기분 좋았고요. 격렬한 감정 너무 좋아요! 현실에서 이런 증오를 접한다면 주인공처럼 할 말을 잃고 짜부러 들 것 같지만, 픽션 한정의 증오는...ㅋ...왜 이렇게 달콤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헤헤 마시쪙...증오 마시쪙...
격정 다이스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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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앞서 말했듯이, 주인공과의 만담이 대박. 주인공에게 자기 자신을 알 것을 강요하는 그 매도가 너무...찰져요...노예로 만들어 달라며 하악하악 거리는 주제에, 정신적으로는 얄짤없이 S...이 작품의 블랙 코미디로서의 재미는 전부 버들에게서 나오고 있습니다!
"왜 날 따라다녀?" / “당신 이상의 호구를 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인간 ATM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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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에 대하여.
표지나 컬러는 굉장히 마음에 드는 퀄리티. 순정적인 색기라고나 할까, 탐미적인 느낌이 매력있네요! 다만 흑백삽화는 편차가 좀 심해요. 가장 처음 먼저 나온 흑백삽화가 진짜 저퀄이라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작품을 다 보고 나니 느낀 것이...삽화가님...솔 엄청 싫어하시죠?
솔 흑백삽화만 퀄리티가 특별히 개판이었던 거였어욬ㅋㅋㅋ 이거 아무리 봐도 캐릭터 호오에 따른 편차 같앜ㅋㅋㅋㅋㅋㅋㅋㅋ 나머진 멀쩡합니다...Aㅏ...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흑백 삽화는, 호구탈출 특강을 진행할 당시의 버들 선생님 모드. 안경 하아하아...사실 마빡 속성이 개인적으로 참 별로인지라, 처음에는 좀 그랬는데...생각보다 부담 없이 빠져들 수 있었네요! 마빡이 아니라면 더 좋았겠지만...평범하게 앞머리 내린 생머리였다면 더 좋았겠지만...뭐, 이런 스타일도 가끔은 나쁘지 않은 듯.
그렇다고 겨, 결코 좋아하는 것은 아니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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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넘어간 것들 마지막에 추가.
1. 현실감 넘치는 "강한" 어휘의 사용이 대단히 마음에 듭니다. 야이 개돼지 새끼들아! 역시 한국사람들은...욕이죠. 욕을 빼면 리얼리티가 없죠 ㅋㅋㅋ 쓸데없이 막 넣은 것도 아니고, 딱 적확한 타이밍에 적절하게 치고 빠지는 센스를 보여줌! 사실 저로서는 쓸데없이 막 넣더라도, 스스로 생각하더라도 좀 치기어린 반항심에 좋아합니다만 ㅋ
2. [후기 뒤에 뭔가가 있길래 당연히 외전이라고 생각했었는데...과거 시점의 호구의 일상이라고 생각했었는데...에필로그 ㅋㅋㅋ 이렇게 반전을 때릴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
좋은 러브코메네요!]
tag : 라이트노벨, 나를노예로삼아주세요, 나승규, 시드노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