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T자로!
팬티를 빼앗는 적의 등장!! 등등!
상상초월의 위기가 일상을 습격한다!
그래도 결론은 좋은(변태) 이야기,
드디어 발매!!
...라는 띠지 문구 그대로의, 병신 같지만 유쾌한 이야기.
일러스트도 좀 별로인 것 같고, 설정도 딱히 땡기지 않고, 돈은 없고 살 것은 많고, 이런저런 이유로 살 생각 없었지만, 원서로 본 지인 (변태) 모 님이 강력하게 추천하길래 그냥 속는 셈 치고 한 번 구입해 봤더니...
T팬티라는 약자가 괜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님이 추천해 줄 만 하네요...뭐 이리 즐겁고 훈훈하지만 변태인 바보 같은 이야기가...의외의 복병이었음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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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떤 작품이느냐...
변태 스멜이 넘실넘실 흘러나오는 주제에 묘하게 청량감 넘치는, 일상계 청춘 러브 코메디입니다. 변태지만 음습하고 농밀하고 배덕적이고 뭐 그런 게 아닌, “병신 ㅋㅋㅋ”하고 웃게 만드는 유쾌한 이야기에요. 음 그러니까 변태라고는 해도...일편흑심의 카란 양 같은 식의 훈훈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에로스가 아니라 모에라고나 할까, 뭐 그런 느낌이네요!
장르적으로는 능배물+일상물+러브코메 정도의 속성이 적절하게 섞여있다는 인상.
능배물로서의 각종 설정과 전투의 묘사가 나름 충실하지만, 기본적으로는 비일상이 모여 만들어진 일상에서 귀여운 아이들이 노닥거리는...만화쪽에서 은근히 많이 보이는 느긋한 스타일의 작품이에요. 그런 상냥한 세계에서 펼쳐지는 러브코메로서의 완성도가 상당한 수준인지라, 꽤 즐겁게 볼 수 있었네요. 애들 귀엽게 연애하는 모습에 입가가 풀리고, 변태 바보 개그에 폭소, 러브코메에 이이상 더 뭘 바라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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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작가의 “웃기겠다”는 의욕이 실력에 비해 너무 앞선 감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 꽤 많죠? 밀도가 너무 높아요. 개그라는 것은 흐름이 중요한데, 쉬워 보여도 사실 미묘한 텐션의 조절이 필요한 되게 어려운 장르인데, 그러한 “흐름의 조절”이 처녀작답게 너무 투박한 감이 있습니다. 윤활유가 없이 너무 쏟아낸다고나 할까...양보다는 질에 좀 더 신경을 쓰는 쪽이 좋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었네요.
“이 개그 유치하니 재미없어...”라며 싸늘한 눈빛으로 넘긴 부분이, 많지는 않았지만 몇 군데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럽게 읽은 작품입니다만, 역시 2권에서는 좀 더 작가가 여유를 가지고 진행했으면 좋겠네요. take it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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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개그의 중핵이자 이 작품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주인공과 히로인의 관계. 이런 풋풋함 오랜만이에요...보기만 해도 마음이 푸근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툭하면 부부만담이 펼쳐지는 소꿉친구 사이라는 설정인데, 얘들이 하는 짓이 되게...귀여우니 살살 녹더라고요! 상식적인 척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바보인 주인공도 주인공이지만, 히로인인 히카리가...멀쩡한 학급의 아이돌 미소녀...인 것 같더니, 갈수록 수상한 속성들이 마구마구 밝혀지는데...완전 4차원적 백치밐ㅋㅋㅋㅋㅋㅋㅋ처음엔 쿨계열인 줄 알았더니, 생각보다 가드 너무 낮고요, 스킨쉽 너무 좋아하고요! 옆에 붙은 소꿉친구로서는 걱정되면서도 되게 좋고요! 막 혼내니까 “나, 나도 사람은...가린다구!” 하면서 흥흥거리는 거 너무 귀엽고요...개그물이라 그런 것이겠지만 이것 저것 이상한 속성도 마구 붙는데, 이틈을 틈 타 기절시켰습니닼ㅋㅋㅋ정상인이 없엌ㅋㅋㅋㅋㅋㅋㅋㅋ이 병신 부부가 ㅋㅋㅋㅋㅋㅋㅋ
특히 2장에서의 “히카리! 팬티! 팬티는 잘 입고 있는 거냐!”는 명장면이었습니다...“날 이렇게 잘 구술린 네가 나쁜 거니까!” 하면서 적반하장으로 츤츤거리는 게...모에...하아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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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소꿉친구” 이게 중요합니다. 시작부터 호감도 MAX라는 것 빼고는 아무런 특징도 없이 대충 만들어져 대충 버려지는...그런 안이한 작품들 때문에 무시당하는 경향이 있지만...소꿉친구라는 속성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등여?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거등여?
오랫동안 알고 지냈다는 것에서 기인하는 깊은 이해, 파트너쉽, 쉽게 끊어지지 않는 끈끈한 정, 마음이 치유되는 편안함...비일상에서 찾아오는 따분한 일상을 타파하는 신선한 매력도 좋지만...이런 장점을 사람들은 너무 무시하고 있다고요!
친구이상 연인미만. 호의는 어렴풋하게 자각하고 있지만, 명확히 정의내리기에는 부끄러운 나이. 하지만 소꿉친구도 자신에게 호의를 보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이렇게 시간을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언젠가는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그런...풋풋한 청춘.
...좋지 않나요. 소꿉친구는 좋은 거예요. 아마도 가장 좋은 것이겠죠. 그리고 좋은 것은 이렇게 결코 사라지지 않지!! 부활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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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옹호를 하긴 했어도, 사실 소꿉이 속성을 그렇게까지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솔직히 비일상의 신선함 쪽을 더 쳐주는 취향이에요. 하지만...아무리 그래도 예전이고 지금이고 진짜 처음부터 지기위해 나온 것이 아니냐 싶을 정도로 소꿉친구 히로인은 안이하게 대충 만들어 내놓는 작품이 너무 많아 짜증이 났었고요...
무엇보다 위에 적은 “친구이상 연인미만. 호의는 어렴풋하게 자각하고 있지만, 명확히 정의내리기에는 부끄러운 나이. 하지만 소꿉친구도 자신에게 호의를 보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이렇게 시간을 지내다 보면 언젠가는...언젠가는 이어지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품는 그런...풋풋한 청춘.”를 소꿉친구 히로인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너무...피눈물 나는 NTR이라...상상해 보세요, 언젠가는 이어질 거라고 믿고 있던 미소녀 소꿉친구가, 어디선가 날아온 듣보잡 이케맨에게 순식간에 함락당하는 시츄에이션을...이거 당하면 존나 쓰라림...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아프니까 청춘이라니, NTR이니까 청춘이라니, 그딴 청춘 필요 없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에로물 아닌 NTR 폭발해라!
동정이 안 갈 수가 없잖아요...인지상정이라고요...난 네토리도, 네토라레도 싫어...사람이 서로에게 신뢰가 있어야지...신뢰가 없으면 가정이 무너지고 사회가 무너지고 세계가....그러니 이렇게 가끔은, 소꿉친구가 승리하는 작품도 있어야 하지 않나...전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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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트윗으로 알게 된, 2ch 라노베판 소꿉친구 스레에서 작성한 소꿉친구 관련 작품의 소개 페이지. http://www50.atwiki.jp/osana_najimi/pages/31.html
이 작품이 당당히 금지도서 리스트에 올라있습니다...>_<
응? 왜 금지도서 리스트냐고요?
소꿉친구와 이어지면 부러워서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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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에 대하여.
표지만 보면 좀 별로지만, 의외로 컬러나 흑백은 상당히 괜찮은 느낌. 브리키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화풍인데, 브리키와 비교하면 색기는 떨어져도 나름의 귀여운 맛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의 “병신 같지만 유쾌한 분위기”를 잘 살려주고 있는 것이 좋은 점.
이하는 참고용 이미지. MF문고 홈페이지에서 공개중인 1, 2권 컬러 삽화의 일부입니다.

1권에서 가장 빵 터졌던 문제의 “팬티는 무사합니다” 신. 주인공의 이 자식 신사...

아직 정발 안 된 2권의 컬러 삽화. 느긋하고 소소한 분위기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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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가 묘하게 단권인 것처럼 쓰여 있어서, 잔뜩 쫀 상태로 인터넷 검색 ㄱㄱ
다행히 올해 2월에 2권이 나왔네요. 후기 작성 시점에서는 2권이 나와 있지 않았던 것일까요? 다, 다행입니다...단권완결성은 비교적 충실한 작품인지라 2권이 설령 안 나왔다 하더라도 1권을 팔아치울 기분은 들지 않았겠습니다만...나름 떡밥을 살금살금 뿌려 놓았는데, 2권이 안 나오면 슬프잖아요...소꿉친구 히로인 히카리도 아쉽고!
2월에 2권이 나왔으니, 슬슬 3권 소식이 들릴 때가 됐네요...작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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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NT노벨의 띠지는 거짓말을 안 하고 작품 내용을 솔직하게 전달해 줘서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최소한 지금까지 제가 본 작품의 NT노벨 띠지는 다 그랬었어요.
특히 부엉이와 밤의 왕은, 지금까지 본 라노베 광고 문구 중 최고였다고 기억함...
다만 NT노벨은 띠지가 있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 함정(...)
tag : 라이트노벨, T와팬티와좋은이야기, 모토무라타이시, NT노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