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문 소재(오컬트)와 작가의 경력(호러, 하드커버)에 나름 기대를 걸었던 작품.
하지만 결과물은 기대에 비해서는 조금 실망스러웠네요. 나름 독특하다 싶은 구석이 몇 군데 보이기는 하는데...그 독특함이 바로 재미로 이어졌냐고 물으신다면, 그건 또 아닌지라;;
중간에 나름 패기 넘치는 전개를 보여주는가 싶었던 스토리는, 결국 평범무난하게 수습되면서 중반의 독특함을 살리지 못했고...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작품에서의 역할도 나름 독특한 구석이 많긴 한데, 그 독특함이 최소한 제게 이득을 주는 방향으로는 작용하지 않았거든요. 특히 진짜 주인공(?)인 금발 누님 같은 경우는 대체 누가 이득을 보는 독특함이냐고 작가에게 따지고 싶을 정도였습니다...이 여자, 난감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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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작품의 세일즈 포인트라고 할 만한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키시다 메루의 일러스트도...초기작답게 그저 그런 수준. 사실 하메모 외에 1권부터 키시다 메루의 일러스트가 쓸 만한 퀄리티로 뽑혀 나온 라노베는, 최소한 정발작 중에는 제가 알기론 없으니까요 ㅋ
뭐 일러스트의 경우는 권수가 올라가며 확 발전한다고 합니다만...3권쯤 가면 확실히 좋아진다고 합니다만...제가 거기까지 이 작품을 구입해서 직접 확인하게 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지 않을까 싶은지라 ( ‘’)
최소한 1권에서는 오히려 제 뇌내망상을 방해하는 장애였어요 장애. 그 당시 복식에 대해 상당히 성실하게 재현을 했습니다만...그 당시 옷이라는 것이, 솔직히 요즘 센스로는 좀...안 맞잖아요? “브라 없이 와이셔츠를 입어 풍만한 곡선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육덕진 남장 누님”이라고 하면 모에하지만, 그것도 현대 기성복으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그 당시의 펑퍼짐한 디자인의 남성복으로 그래봤자...안 이뻐...옷빨 안 살...ㅠㅠㅠㅠ 차라리 일러가 없었다면 고증 따위 무시하고 멋대로 최적화된 금발육덕누님으로 망상이라도 했을 텐데, 일러스트가 있다 보니 자꾸 상상력에 제약이 걸려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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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시대, 산업혁명으로 갈수록 강성해지는 영국. 가난한 사람은 짓밟혀 죽어가지만, 중산층은 여유가 넘쳐 호기심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별의 별 바보스러운 시도를 다 할 수 있었던, 부르주아들만의 로망이 넘쳤던 시대. 그렇기에 작품의 주요 소재인 “오컬트”에 대한 집착도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는 그런 시대가 배경입니다.
그 당시 고혈을 빨렸던 우리 입장에서는 생각할수록 거부감이 들기 쉬운 배경입니다만...나름 그 시대상에 비판을 하기도 하고, 속칭 다이쇼 시대물이라고 하는 개항을 하며 국력이 급신장한 황금기의 일본이 배경이 아니기도 해서, 딱히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네요. 솔직히 영국만 비판할 뿐, 왜 일본 국내에 대한 이야기는 없느냐...는 생각이 안 든 것은 아닙니다만, 뭐 거기까지 신경 쓰는 것은 너무 민감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런 시대를 배경으로 오컬트 이야기를 해나가는데요...음...역시 오컬트는 이렇게 파워 레벨이 낮아야 제 맛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상의 힘이 등장하고 그것과 싸운다는 점에서는 능배물과 비슷하지만, 능배물의 알기 쉬우면서도 강력한, 논리성이 강한 힘과 오컬트 특유의 신비하고 공포를 자극하는 그것은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으니까요. 파괴력만 따지자면 되게 소박하지만, 미지의 힘에 대한 공포랄까 뭐 그런...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호러작가였다는 전적답게 나름 그 소박한(...) 느낌을 잘 묘사해 주고 있어요.
교령회 같은 배경은...시대상과 오컬트틱한 느낌을 동시에 주는 좋은 것이었지요!
막판 배틀 때문에 솔직히 언제 능배물이 될지 좀 불만한 감이 있긴 합니다만...뭐 일단 여기까지는 오컬트 물로서 합격이네요. 세기말 오컬트 학원이 “오컬트”라는 장르에 제가 기대하는...퀴퀴하면서도 그립고 예스러운 그 세기말적인 느낌을 잘 살린 애니메이션이었는데...막판에 스토리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리는 바람에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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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에서 말한 부분을 빼면 애매한 부분이 너무 많았어요.
일단 캐릭터가 나름 개성은 있긴 하지만, 그 개성에 딱히 매력이 없어요. 주인공은 중간에 나름 외도를 하지만, 결국 정석으로 돌아오는 너무 평범하다 못해 진부한 루저. 기계인형의 메이드 소녀는 누가 기계 아니라고 할까봐 진짜 기계스럽게 감정표현이 없어 뭔가 애정을 느낄 포인트가 제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표지의 금발의 육덕스러운 남장 누님마저도...너무 나쁜 의미로만 독특합니다. 리얼하게 치사하고 나쁜 아줌마입니다. 너 임마 주인공에게 애정은커녕 최소한의 제대로 된 관심도 없잖아...차라리 뻔한 “츤데레 스승” 클리셰를 따르는 쪽이 100배 나았을 거에요. 이 싸가지 없는 여자 어디에서 매력을 느껴야 하는 건가요...ㅠㅠㅠㅠ 진짜로 자기 노예로 쓰면서 딱히 아무 것도 안 가르쳐 주고 있어 ㅠㅠㅠㅠ 악마 ㅠㅠㅠㅠㅠㅠㅠㅠ
주인공이 중반에 살짝 외도를 걸을 때, 이 여자에게 확 엿 좀 먹여주길 기대했습니다만...불행히도 그런 제가 기대한 독특한 전개 따위...없었습니다. 쳇.
주인공에게 상냥한...캐릭터가...필요합니다...
모처럼 히로인 하나 생기나 했더니, 기억 리셋 면죄부 발행으로 사라졌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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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외도 말인데, 한 번 일탈을 시켰으면 좀 더 막나가게 했어야 하지 않나요?! 그 부분이 결국 무난하게 수습된 것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전체적으로 워낙 밋밋하니 무난한 스토리인지라 더욱 그런 독특한 포인트가 필요했던 건데...결과적으로 무의미하게 정석 전개로 다시 흡수시켜 버려서...일탈해! 폭발하라고 주인공! ㅠㅠ
그렇다고 정석적인 스토리가 딱히 높은 퀄리티인 것도 아니에요. 정석적이지만 힘이 부족했습니다. 불타올라야 할 곳에서 연출력이 부족해서 밋밋하게 끝나버렸...
구원 없이 나락을 향해 떨어져가는, 인간판 고독으로 선택된 소녀의 이야기는 나름 파괴력을 가질 수 있는 이야기였습니다만...심리묘사가 너무 얄팍해서, 타올라야 할 부분에서 제대로 타오르질 못했네요. 작가의 능력 밖의 일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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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캐릭터는 라노베적인 맛이 부족하고, 스토리는 무난하게 정석적이지만 그 정석의 힘을 끌어내기에는 부족했다는 이야기. 어설프게 라노베 흉내를 내려고 한, 일반 장르 소설이라는 느낌도 좀 들었고요.
하지만 라노베스럽지는 않아도 독특한 금발누님의 조형이나, 당시 호사가들이 판을 치던 시대상의 높은 재현, 이능이라기보단 오컬트란 단어가 어울리는 느낌 등은 사람에 따라 장점으로 느낄 수 있을지도? 여러모로 옛스럽습니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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