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다! 이 자식아!”
어딘가의 유명 레슬러 분위기를 내며 좌중을 압도하고, 전교생이 모인 아침 조회 자리에서 공개 고백을 한 츠키시마. 그 결과는 ㅡ 당연히 정학 처분을 먹었다.
일본 대표 바보 츠키시마를 걱정하는 이가 여기 한 사람. 친구인 미야모토이다. 미야모토는 상처 입은 츠키시마를 위문하러 가는데. 그 도중에 만난 인물은 단정한 용모에 애교라곤 약에 쓸래야 없는 무표정의 소녀 나가세였다.
아무래도 나가세는 “그 츠키시마”에게 반했던 모양. 그 사실에 놀라면서도 이상하게 자신에게 무례한 그녀에게 분노까지 느끼는 미야모토. 이 기묘한 삼각관계가 평지풍파를 불러오게 되는데?!
하이텐션 폭발하는, 가슴 찡한 멋진 바보들의 호쾌한 청춘 (폭력) 코메디!
이 작품의 만화적으로 과장된 텐션에 적응할 수만 있다면, 정말 신나게 달리실 수 있을 겁니다. 절대 땅 안 파요! 앞만 바라봐요! 시작부터 미칠 듯한 텐션! 텐션! 하이 텐션!! 그야말로 바보들의 모든 것을 날려버리는 시원한 래리엇! 싹 쓸어버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일러스트도 되게 퀄리티 높고 작품 분위기에도 어울립니다. 컬러일러부터 작품의 바보 같은 텐션이 마구마구 느껴지는 게...진짜 마음에 쏙 들었네요. 도쿄 레이븐스 삽화 그릴 때는 몰랐는데, 이 양반 평범하게 예쁜 그림보다는 이렇게 좀 병신스럽고 바보스러운 컨셉 쪽이 훨씬 나은 결과물을 뽑아내는 듯. 츠키시마 캐릭터 너무 잘 살리잖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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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내용 전개에 있어 주인공이 주역이라기 보단 관찰자에 가까운 존재라는 것은, 저는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만...대중적 평가가 살짝 불안해지는 요소. 웹툰 같은 거 리플란 보면 대놓고 주인공이 관찰자이자 조역인 에피소드에서도 왜 주인공이 이렇게 약하나요? 존재감 약하나요? 등등의 리플이 쏟아지니...;;
그래도 저는 9월에 본 작품들 중에서는 이게 단연 최고였습니다. 진지하게 땅 파는 청춘물에 완전히 질려있었는데, 이런 유쾌한 하이텐션이라면...언제라도 대환영이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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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인이자 관찰자+도우미 포지션의 미야모토(주인공), 무적의 순정 바보인 친구 츠키시마, 그 친구를 좋아하는 내숭독설녀 나가세 미즈키 트리오의 조합인데...주인공이 여캐와 셋트로 다니며 사랑을 응원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토라도라가 생각나지 않나요?
그래서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남주인공이 조역이다”라는 게 이 작품의 특징인데, 이런 부분을 싫어하는 독자를 배려한답시고 억지로 미야모토 비중을 늘리면서 미즈삐☆가 주인공에게 빠지는...토라도라식 연애노선 절절히 반대합니다. 절대로 반대합니다. 그러지마 제발.
미즈삐☆가 사랑스러운 이유는 츠키시마에의 사랑이 너무 간절하고 애달파서 그런 건데, 그게 주인공으로 갈아 타면 의미가...토라도라에서 느꼈던 실망감을 이 작품에서 그대로 느끼고 싶진 않긔...전 NTR은 하는 쪽도 당하는 쪽도 에로망가가 아니면 별로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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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안 사!”라고 일단 패스했다가, 조사과정에서 마음을 돌리게 만든 것은...이 작품의 맛깔나는 만담력. 전체적으로 대단히 유쾌한 분위기지만, 특히 나가세와 미야모토의 만담이 이 작품의 백미입니다. 나가세 독설 쩔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가세 이 아가씨 말이죠...바케모노가타리의 센죠가하라 풍의, 쿨한 독설이 기본입니다만...이 나가세라는 아가씨의 센죠가하라와의 차이점은, 그런 쿨한 독설을 초 하이 텐션으로 따다다다 쏟아붓는 다는 것. 되게 바빠 보입니다...속도감 있어 좋아요 이 변태녀...비바 하이텐션! ㅋㅋㅋ 객관적으로 리얼하게 바라보자면 나가세 진짜 성격파탄인데, 미야모토에게 하는 짓 보면 해도 해도 너무한데, 워낙 만화적으로 막 나가는 하이텐션의 작품인지라 ㅋㅋㅋ 일단 흐름에 올라탈 수만 있으면 그렇게 신경 쓰이지 않고요 ㅋㅋㅋ
이런 바보 너무 좋네요! 아, 아이스러브유! 돌진! 맹진! 물러서지 않고 보자마자 고백! 수줍음 타는 것도 진짜...왜 그렇게 이상하게 변태적으로 타냐고 ㅋㅋㅋ 사랑하는 남자에게 아이언크로를 당하며 황홀경에 빠져 킁카킁카...ㅋㅋㅋ 이 아가씨, 너무 마음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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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세 찬양으로 이야기가 빠졌...돌아오죠 헉헉.
독설 농도가 좀 쎄다보니, 사람에 따라서는 개그를 개그로 즐길 수 없다. 너무 독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주인공이 딱히 호구가 아니라, 나가세에게 마냥 당해주는 것은 아니다 보니 그렇게 반감은 안 들더라고요.
미야모토는 나가세에 대해 기본적으로는 “이래 보여도 소녀인데...변태 스토커 썅년이지만 후배 소녀인데...때리긴 좀...”하고 자제하는 편입니다만, 그래도 결국은 날 세우며 투닥거리게 되는지라...손해는 봐도 최소한 말로는 안 지려고 함. 이런 미소녀라고 무조건 네네하지 않는 대등한 투닥거림 너무 좋지 않나요 ㅋㅋㅋ 미소녀 원리주의에 질려버린지라, 이렇게 이성을 이성으로 안 보는 편하게 시시덕거리는 관계가 때로는 너무나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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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하게 시시덕 거린다고 하니 안경남 친구 쿠로키가 생각나네요.
이자식...첫등장시만 해도 적당히 쿨한 좋은 친구일 줄 알았는데...이 작품의 미친 텐션에 휘말리며 캐릭터가...캐릭터가 완전힠ㅋㅋㅋㅋㅋㅋㅋ좋은 친구지만 너뭌ㅋㅋㅋ병신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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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끼리 시시덕거리는 것도 청춘이지만, 순애 폭발도 청춘!
나가세의 절절한 고백이라던가, 미야모토의 ...인증씬, 츠키시마의 라스트 결전에서의 울부짖음 등, 듣는 당사자가 없어서 안타까운 독백성 고백들이 참 많았죠 이 작품.
어우 안타까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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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클라이막스에 대하여.
바보 같이 착하지만, 욕 할 기분은 들지 않는 멋진 녀석들이였습니다...ㅠㅠㅠㅠ 제 평소 취향을 아시는 분이라면 좀 의아하게 생각하실 수도 있을 거에요. 바보잖아요? 호구잖아요 이 녀석들? 제가 좋아하기엔은 너무 바보 같은 호구...헌신적인 어릿광대...하지만...하지만...감동했는걸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건...연출의 힘이겠지요? 딱 제가 싫어할 “이기심 부족한 지나치게 헌신적인 호구들”이었씁니다만, 워낙 뜨거운 텐션이, 불타오르는 감정의 묘사가 끝내줘서...“바보 같은 놈들아 ㅠㅠ” 하고 한탄하면서도, 미워할 수가 없었네요. 그저 ㅠㅠㅠㅠ 하며 감상할 수 있었음.
후...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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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다른 점은 다 옹호하더라도, 후지타의 건은...솔직히 심각한 구멍이 아닌가 싶어요. 츠키시마의 어릿광대짓의 전제가 되는 “내가 사랑하는 타카노는, 그녀가 사랑하는 후지타가 아쉽지만 나보다 훨씬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라는 주장의 설득력이 너무 부족했음. 처녀작답게 기세는 짱이지만, 기세만 세고 세련미가 부족하다고나 할까...납득이 안 가;;
능동적으로 해결을 위해 날뛴 츠키시마에 비해, 후지타는 지나치게 수동적이었죠. 맞으며 견디기만 한다고 뭐가 해결이 돼냐고...그녀의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지킨다? 츠키시마, 나가세 때도 안 나왔던 짜증이 여기서 나네요. 호구냐? 너? 으 아 아 아 아...이 병신이...
미즈삐☆가 있어 애초에 불가능한 선택지였고, 그렇기에 튕겨나갔지만, 그 흐름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 선택지가 정답이었던지라...납득불가요. 아버님의 "반한 여자쯤은 내 손으로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냐 네놈은! ...이렇게까지 몸을 던질 근성이 있으면 나나 후지타가 무슨 상관이야. 방해되는 것 전부 쓸어버리고 좋아하는 여자를 확 거머쥐란 말이다!" 쪽이 훨씬 패기가 느껴지는, 취향직격의 대사였습니다.
결국 어느 쪽도 근거가 부족한, 자신의 안목이 옳다고 주장하는 에고와 에고의 대결인데...사랑하는 딸의 안목을 믿으라고는 해도...애초에 타카노가 참 착하긴 해도 그녀의 안목만큼 못미더운 게 어디 있어...뭐 그렇다고 츠키시마가 져서 타카노와 교제를 푸쉬 받는 것은 불가능하니, 이렇게 억지를 부릴 수밖에 없었겠지만...좀 더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죠. 후지타 시점의 이야기도 있어야 했다고 생각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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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그 마지막 자체는 굉장히 뜨겁고...후련한...멋진 마무리였습니다.
결국 얻은 것이라고는 자신의 것이 아닌 그녀의 웃음이지만...나가세가 있으니 뭐...미야모토도 계속 관찰자 시점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막판에 용기를 내며 미소녀(웃음)의 사랑을 Get했고 말이죠...지극히 범죄적인 사랑이지만! 범죄적인 사랑이지만!!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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