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와하라 레키 지음, 김완 옮김, abec 그림 / 서울문화사(J노벨)
첫 단편집인 2권을 엄청 재미없게 읽어서, 8권이 같은 단편집 형식이라길래 꽤 걱정을 했었는데...기우였네요.
재미있었습니다!
원작에서 아쉬웠던 점, 궁금했던 점을 확실히 채워주고, 새로운 매력까지 더해주는...그야말로 모범적인 외전이었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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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외전은 추리물로서는 작가가 자진납세를 했듯이 좀 아니었지만(...) 내용전개 자체는 흥미진진. 무엇보다 아스나가 츤데레입니다. 츤데레라고! 아스나가 츤데레짓을 한다고!
아스나와의 연애가 지나치게 번갯불에 콩 볶아먹기라며 다들 아쉬워했었는데, 이 에피는 그런 달달한 중간과정을 제대로 묘사하며 보완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가 있음요...헤헿.
키리토의 인물상이 완벽한 먼치킨에서 잘났지만 살짝 얼빠진 면도 있는 청년으로 은근슬쩍 바뀐 것도 좋았고 말이죠. 부자연스럽지 않게 인간미를 추가시켰다는 느낌? 팬텀 불렛 편에서 지나치게 완성된 캐릭터가 되어버린 키리토에게 변화를 주려고 “약한 면모”를 강조하다가, 그게 지나쳐서 찌질이가 되어버리며 완전히 제 기준으로는 작품을 말아먹은 적이 있습니다만, 이번엔 그런 실패 없이 제대로 해냈습니다.
아스나 앞에서 쩔쩔매는 모습이 제법 웃기더라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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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에피소드인 엑칼찾기도 게이머로서의 로망이 불타오르는 대단히 즐거운 이야기였고 말이죠. 살벌한 아인크라드로서는 불가능한, 게임으로서의 즐거움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카디널 시스템은 게이머로서는 꿈 같은 시스템 아님?
시논의 꼬리를 콱 잡는 등 키리토의 장난끼가 어필된 것도 좋았던 부분이고요. 지금까지 키리토는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성숙하고 완벽한 인간상이었는데, 이번 권에서는 간만에 나이에 맞는 풋풋함을 보여주더군요. 덕분에 러브코메스러운 스멜도 살짝 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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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클라인은 과연 스쿨드에게 무엇을 받은 것인가...
먼치킨 주인공의 동성 친구로서 항상 잉여로운(...) 역만을 맡아왔던 남자이니만큼, 잘 됐으면 좋겠네요! 묘르닐도 얻었고...이번 권 최고의 승자는 어찌 보면 클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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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에피도 짧지만 강한 인상! 2권과 마찬가지로 여러모로 싸-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아인크라드 시절 키리토의 솔로잉 근성에 설득력을 더해주는 이야기었네요.
그래요. 그런 일을 시작하자마자 당하면 인간불신에 빠질 만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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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전부 만족스러운 이야기였고, 슬슬 난점으로 지적되던 키리토의 지나치게 완성된 캐릭터성에도 성공적으로 변화를 준 권인지라, 앞으로도 안심하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팬텀 뷸렛편이 개인적으로 굉장한 시련이었습니다만...이젠 믿고 볼 수 있겠네요!
깊 미 다음 권!


아오이 세키나 지음, 송덕영 옮김, 이누가미 키라 그림 / 서울문화사(J노벨)
예상대로.
다만 그게 좋은 의미가 아니라, 나쁜 의미의 예상대로인지라...참 재미없게 읽었네요. 명색이 본편 완결권이니만큼 스핀오프니 외전이니 앞으로 더 해먹을 생각 만만이라고는 해도, 이런 식으로 나름 진지하게 마무리를 짓는 일은 필요한 일입니다만...그래서 그놈의 오글거리는 시리어스 파트가 넘쳐날 것은 각오하고 있었습니다만...각오한다고 싫던 게 좋아질 리가 없잖아 ㅠㅠㅠㅠ
무엇보다 이렇게 시리어스로 도배가 된 덕분에, 평소의 개드립이 완전 죽었어요! 아니, 개드립이 약한 학생회 시리즈에 대체 무슨 가치가 있다는 건가요?
스토리에 신경쓰느라 개드립이 죽다니, 본말전도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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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완결인 5권에서 중2적인 의미로 미칠 듯한 오그라듬을 선사해 줬다면, 이번 10권은 2부 완결이자 시리즈 전체의 완결로서...억지감동이 뭔지 보여줍니다. 감동이란 작가가 감동하라고 해서 느끼는 것이 아니고, 캐릭터에 대한 애정은 작가가 “자 이 캐릭터 멋있죠? 사랑하세요!”라고 해서 붙는 것이 아니잖아요? 캐릭터가 작품 내에서 보이는 갖가지 언행으로 자연스럽게 쌓아가는 것이잖아요? 캐릭터가 멋있는 짓을 하면 독자가 자연스럽게 멋있다고 느끼는 거지, 작가가 “얘 멋있음” 이래 봤자 오히려 반감에 “병신 ㅗ” 같은 반응만 나올 뿐인데...이 놈의 작가는 주인공인 켄 띄우기가 진짜 너무...너무...병신 같이 작위적이고 유치해서...그만 좀 억지로 떠먹여!!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8, 9권의 시리어스 파트가 그때까지의 편견을 뒤집을 정도로 괜찮았었기에, 막판 기적을 바라보았습니다만...이루어지지 않으니까 기적이라 하는 거지요 음.
사실 다시 생각해 보면, 평가가 좋았던 시리어스 파트는 켄이 안 나오거나 최소한 다른 인물(예를 들어 8권의 카레노)이 켄 이상의 비중을 차지었던 파트였네요. 켄 메인의 시리어스 파트니...뭐...최소한 제게는 예정된 패망이었...(´・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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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10대였다면 저 오그라드는 억지 감동 전개에 순순히 감동할 수 있었을까요?
까다로운 어른이 된 것이 슬프다 싶으면서도, 저런 것에 감동받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으으...에이 몰라! 하여간 학생회 시리즈는 이걸로 끝입니다. 끝. 완결. 디 엔드. 계속 불평했듯이 평소 이 작품의 시리어스 파트에 유감이 많았던 저 같은 독자에게는, 이번 10권은 참 페이지를 넘기는 것 자체가 고문인...그런 권이였습니다만...그래도 뭐 그런 억지감동으로 인한 오그라듬을 무시하면, 깔끔한 마무리기는 했네요.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뜬다! 힘내라 켄! 이겨내라 켄!” 뭐 이런 느낌의 뻔한 결말입니다만, 그만큼 보편적인 감흥이 있기도 했고요. 평소 시리어스 파트에 별 불만이 없었던 분이라면, 가뿐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으며 완결의 여운을 즐기실 수 있을 듯.
그래봤자 외전 아직 한 권 남았고, 3학년들이 졸업하고 여름겨울 자매가 전학 가며 옛 멤버는 켄 홀로 남은 학생회에서의, 새로운 삽질이 상하권에 걸쳐 펼쳐진다고 하지만요...이걸 에필로그라고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안다 사다나츠 지음, 권미량 옮김, 시로미자카나 그림 / 대원씨아이(NT노벨)
움직여! 움직이라고!!
풍선초의 횡포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패턴의 반복은 여전하고, 막판 응보에 있어 너무 맥빠지는 느낌도 들었고, 그 외에도 작위적이다 싶은 전개가 곳곳에 보였으며, 테마 면에서는 솔직히 3권의 마이너 카피라는 느낌도 강했습니다만...문제 없어요. 혼이 울리는 공감, 그리고 그로 인한 감동이 있는데...더 이상 뭐가 필요하겠나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시노였고, 또한 치히로였는데!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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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면서 아주 저 자신의 나약함이 난도질 당하는 느낌이 막 드는 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부끄럽고요 미안하고요 죄송하고요 이런 제가 왜 사나 싶고요....앜ㅋㅋㅋㅋㅋㅋ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흑......ㅠㅠㅠㅠ
뭐 이런 감정이입에 의한 멘붕의 연속이었네요. 진짜 이놈의 못된 후배 2인조가, 제가 보고 싶지 않은 제 나쁜 점을 너무 정확히 비춰주더라고요...거울이다...거울이 여기 있따...
그렇다고 혹독하기만 한 것은 아니라서, 막판에 제대로 구원의 손길도 내밀어 줍니다. 초반에 좀 힘들긴 했습니다만, 역시 버티고 어두운 터널을 건널 가치가 있었네요. 회개하고 다시 각오를 다지는 장면의 심리 묘사가 진짜...너무 최고라서...ㅠㅠㅠㅠ
특히 6장부터는 진짜 간지가 안 넘치는 대사를 찾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때의 마음을 떠올린다.
한 번은 했던 일이다. 나도 첫 발을 내딛는 것은 가능하다.
두 발, 세 발째에서 멈춰버리더라도, 첫 발은 내디디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더.
나도.
세 발! 세 발!...네 발!! 나, 나도 딛을꺼야!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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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이 진짜 암울답답하니 짜증났죠. 솔직히 인정하자면 치히로에게 뭐랄까...동족혐오적인 공포가 느껴져서 더 짜증났던 것 같아요. 얘가 “세상은 어둠이야! 어둠이라고! 더러운 위선자 새끼들!” 막 이러면서 중2병 폭발시키는데...와...보는 제가 짱 부끄럽고요...하지만 그러면서도 저도 저런 힘을 얻는다면, 저렇게 잘난 맛에 폭주할 것 같은 불안감에, 그로 인한 동족혐오가 쩔게 느껴져서...흐...너 이새끼 내 정신건강을 위해 죽어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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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거티브한 전개에는 스쿨 데이즈 같이 네거티브한 몰입감이 존재하기 마련인지라...읽히는 것 자체는 되게 빨리, 잘 읽히더라고요. 그리고 치히로의 진상짓이 점점 위험한 영역으로 나아가면서, 다른 장르적인 의미로도 즐기게 된 것도 있고요. 에로해...꼴려...이건 어디의 귀축계 야껨임? MC! NTR! 능욕! 에로게였다면 선 넘었다고 이거! ㅋㅋㅋㅋㅋ
야껨이 아니고 라노베라 수위 자체는 그렇게 높진 않습니다만…작가 특유의 탁월한 심리묘사도 있어서, 되게...강렬하더라고요. 이 이상야릇한 꼴릿함이라니...후...이런 스멜 즐기시지 못하는 문들은, 보면서 되게 고통스러웠을 듯!
최대 희생자인 이나방의 팬들이 어떻게 느꼈을지 되게 궁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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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5인조가 여전히 주역인 줄 알았더니, 어느새 후배 2인조가 완전히 주인공의 자리를 뺏은 이야기였지요.
이번에야말로 힘내자. 진짜다. 이번만. 이번만.
...수없이 되풀이되는 이번만.
진짜 보면서 수치심에 죽을 것 같았음(...)
치히로와 시노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 경멸스러워 직시할 수 없는...제 자신의 나약함의 상징과 같은 캐릭터들이었습니다. 되게...아팠어요. 하지만 너무나 공감이 가서, 제가 시노와 치히로가 된 것 같아서, 그들의 대사 하나 하나에 전율이 일었네요. 혼이 울렸네요. 이러한 “완전한 이입” 덕분에, 아쉬운 부분 같은 것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 심심치 않게 터지는 “혼을 울리는 심리묘사” 때문에 이 작품을 빨 수밖에 없...ㅠㅠ
저 작가와 심리묘사 코드가 너무 잘 맞는 것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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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초반에 걱정했던대로, 치히로에게 너무 관대한 전개는 좀…공감은 가지만, 그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지지만, 그렇기에 더욱 동족혐오로 용서할 수 없었거든요.
치히로의 반성 자체는 진정성이 느껴지고, 응원해주고 싶지만...완전히 주인공이자 나 자신으로서 느꼈지만, 이나방을 비롯한 피해자들의 대응은 너무 천사 아닌가요? 납득하지 못하겠더라고요. 이기적인 욕망이지만, 속이 시원하게 차라리 죽어라 두들겨 패 주길 원했음. 그게 훨씬 말끔한 전개라고도 생각했고요. 풍선초에 대해 아무 말 없이 끌어들인 것은 확실히 선배측의 죄지만...아무리 그래도 그걸로 쌤썜 하기에는 치히로 얘가 너무 나갔잖...
솔직히 이나방 정도는 최소한 뺨이라도 갈겼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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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이 시리즈는 매번 평타 이상은 치고, 이렇게 죽어라 핥을 때도 있는데, 이상하게 그런 높은 평가와는 별개로 집어들기는 참 힘들더라고요. 묘하게 나중에 읽게 됨. 단순히 생각을 강요하는 진지하고 부담되는 내용이기 때문을 넘어서 뭐랄까, 이야기로서 초반 후킹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거 상업작가로서 참 큰 단점이니만큼, 작가가 신경 좀 더 써 줬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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