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부조리가 판을 치는 IT업계인의 하드한 업무가 소재라는 독특함과, 작가의 전작 “하자쿠라의 여름”에 대한 호감 때문에 정발 전부터 상당히 관심을 가졌던 작품. 하지만 어차피 저는 정발본만 읽을 수 있을 뿐이고요...신경 써 봤자 사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정발 가능성도 희박해 보이고요...
그래서 어느덧 잊고 있었던 작품입니다만...
J노벨에서 떡하니 나와 버렸네요이게뭐야미쳤어J노벨너네무슨생각하는거냨ㅋㅋㅋ
진짜 얘네 신기한 게, 잘 안 팔리는 마이너 작품들 속권을 죽어라 안 내줘서, 그 작품 핥는 팬들에게 개새끼 새새끼 온갖 욕은 다 얻어먹는 주제에, 별 희한한 신간을 막 내요. 마니악해서 안 팔리는 작품의 손실을 인기 있을만한 거물 신작으로 메꾼다...는 시나리오라면 최소한 왜 그러는지 이해는 갈 텐데, 기존 작품 안 내고 죽어라 뽑아내는 신작이라는 것들도 HJ나 고노라노문고 같은 마이너 문고의 마이너한 작품들(=기존 마니아 작품들보다 딱히 더 잘 나갈 것 같지는 않은 작품들)이니...무슨 생각일까요...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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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이미 좋은 감상문이 많이 올라왔지요. 특히 IT업계 현역인 분들에게서. 제가 감상문을 쓸 의욕을 상실할 정도로. 아니 그게...“맞아 맞아 IT업계가 딱 이래!” 막 이러면서 현장감 팍팍 느껴지게, 육즙이 흘러나오는 감상문들이 넘쳐나는데...거기에 제게 뭔가 보태기가 참...뭔가...그래서(...)
그래도 웹상의 지배적인 평가와 제 개인적인 감상에 차이가 꽤 있기도 하니, 뭐 그런 차이점을 중점으로 살짝 이야기를 풀어 나가도록 해 보겠습니다.
전 이 작품에 꽤...부정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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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의 감상문들이 하나같이 지적하는 부분이, “사회인으로서의 공감”.
실제로 일해 본 분들 말씀으로는 거의 다큐수준이라고 합니다. 미소녀 캐릭터들 빼면.
그런 현실성에 의한 속 쓰리는 공감 때문인지, 감상문들을 보면 다들 호의적인 느낌이고, 그래서 작품을 읽기 전에 그에 대해 좀 기대를 했었는데요...
음...막상 읽어보니 너무 “현실” 그대로네요. 진짜 다큐급. 하자쿠라에서 좋아했던 작가의 성실함이 느껴지는 스토리라던가, 로맨틱한 시츄에이션 뭐 이런 게 하나도 없어요. 진짜 라노베는 이래서 작가 보고 작품을 선택하면 안 된다니까요? 작품마다 너무 휙휙 변해.
그래도 라노베라고 일단 미소녀가 들어있기는 합니다만, 매력을 느끼기에는 너무...대충대충이랄까, 마지 못해서 넣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듭니다. 히로인으로서, 인간으로서, 딱히 매력을 느낄만한 포인트가 없어요. 여캐라고는 사무원 아가씨와 상사인 합법로리 릿카, 이렇게 둘인데...상사인 릿카는 오히려 증오를 안 느끼면 다행일 레벨로 갈궈대는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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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가 별로면 스토리가 괜찮아야 할 텐데...이게 또 난감합니다. 이야기로서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적당히 “뻥”을 쳐야 하는데, 그런 게 너무 부족하거든요. 이게 뭐랄까...자서전이랄까...회고록이랄까...사소설이랄까...뭐 그런, 작가 자신의 경험을 거의 그대로 때려 박은 소설이다 보니...ㅋ...
이런 류의 소설은, 대놓고 작가대리만족을 위해 지나칠 정도로 판타지로 날아가던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수치심을 지나치게 격하게 느껴서 지나치게 리얼리티에만 집착해버리던가, 둘 중 하나가 되기 쉬운데...이 작품은 완전히 후자. 덕분에 아픈 현실에 대한 “공감”만 있고, 그 공감을 배경으로 뻗어 나가는 “이야기”가 사라져 버렸습니다. 소재를 그냥 아무런 가공 없이 그대로 들이대고 있음요. 그냥 살아서 퍼덕거리는 생선에 회도 안 친 채 초장만 뿌려서 주는 것 같...퍼덕퍼덕...--
공감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분이 주변에도 좀 있었습니다만, 호평을 한 분들은 그런 이유였겠습니다만, 제가 삼키기에는 너무...날것이었던지라, 어디에서 재미를 느껴야 할지 저로서는 도통 알 수가 없더라고요. 내 장은 그렇게 튼튼하지 않다고! 게다가 그 공감이라는 것도 즐거운 공감이 아니라, 눈에서 육수만 뿜어져 나오는 그런 흑역사인데...왜...
그래도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는 그저 흑역사를 상기시키는 것만으로 끝이 아니라, 좀 제대로 된 보상(자신이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는 것에 의한 희열)을 제공해 줍니다. 무능한 신입이라고 갈굼만 당하던 주인공에 대한 인정(프로그래밍 실력은 없어도 가업에 의해 영업능력은 숙련되어 있음!)도 슬슬 보이기 시작하고요.
하지만...워낙 이놈의 블랙회사에 대해 악감정이 쌓일 대로 쌓인 후인지라...작품 후반은 좀 그럴듯한 이야기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순순히 그 희열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ㅠㅠ
이 회사, 월급은 제 때 주긴 주는 걸까요(...)
부조리를 납득하는 것이 어른인 것 같이 묘사되는 전개도 좀 불만스러웠고 말이죠. 이걸 못 참는 놈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냐고라고라?!?! 부조리는 참는 게 아니라고!
혁명...혁명이 필요합니다...너 고소...ㅠㅠㅠㅠ 노동청 이 새끼들아 너희는 이런 새끼들 잡으라고 있는 거라고 ㅠㅠㅠㅠ 현실은 시궁창 ㅠㅠㅠ 으앙 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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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공감만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요. “사회의 부조리”라는 것은 딱히 직장생활에서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고, 어디에서나 어느 정도는 경험할 수 있는...특히 한국 남성이라면 군대에서 충! 분! 히! 경험할 수 있는 것인지라...진짜 찐하게 공감할 수 있었어요. 10대라고 해도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인문계가 아닌 곳은...특히 체육계는 선후배간 관계가 되게 수직적인 곳이라고 들었었고...
어쨌든 회사에 들어가게 되는 과정부터가 막 진짜 존나 와 진짜 와...가슴 한 구석을 시커멓게 태우더니, 선임...아니 상사라고 만나는 것이...아...진짜...시발 릿카 이 개년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앜ㅋㅋㅋㅋㅋㅋㅋ이병 때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은 주제에 지 마음에 안 들게 결과가 나오면 지랄하는...그런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개 같은 타입의 선임이라 제대로 빡치고요! 폭력까지 쓰고 있어! 으...으아아아아아아...후반엔 그래도 좀 데레데레거려서 마음이 풀리긴 하는데, 초반에 지랄할 땐 막 흑역사가 재생되면서 진짜...진짜...명색이 히로인인데 찢어죽이고 싶은 기분이 들었고요 ㅠㅠㅠㅠㅠㅠ 이게 어디가 히로인 ㅠㅠㅠㅠㅠㅠ 이 썅년앜ㅋㅋㅋㅋㅋㅋㅋ죽엌ㅋㅋㅋㅋㅋ 막...이런 기분이었...( -_)
후반의 좀 인간미를 느끼고 애정을 느끼게 하는 장면마저, 딱 군대에서 그거 있잖아요 그거. 뭐든 일단 부정하고 욕하고 난리치다가, 나중에 살짝 칭찬해주고 인정해주면 막 갑자기 호감이 들거...그래서 말 잘 듣게 되는 그런 조련법. 알면서도 당하는 그거. 그거 당한 것 같아서 묘하게 기분이 더러웠...
후...
굳이 군대가 아니더라도, 부조리가 판치는 수직적 조직문화를 겪어 본 사람이라면...이 작품이 제공하는 빡침에 쉽사리 공감할 수 있을 겁니다...아...싫다...눈물난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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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주인공 진짜 배부른 고민하고 앉아 있지 않나요? 막 후려갈기고 싶었어 그냥! 나름 집에서 배워서 갈고 닦아온 영업기술도 있던 것 같은데...나라면 그냥 집에 내려가서 가업을 잇고 말겠다 이 미친놈아. 도주루트가 있는 주제에, 그딴 거 없는 천애고아처럼 비장하게 그딴 블랙회사에 계속 붙어 있는 것은 좀처럼 공감이 안 가서...가업 설정은 없는 것이 주인공의 선택에 좀 더 제대로 된 설득력을 줄 수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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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거의 유일하다 싶은 개그요소가 두 개...아니 세 개?
무엇이든 척척척, 이딴 블랙회사에 왜 있는지 의문인 미스테리어스 만능걸 갈매기양.
참치캔에 미친 독특한 릿카의 독특한 식생활 취향.
그리고...사장 개, 개 개새...아니 사장이 개새끼인 것은 맞지만, 그건 차치하고 사장의 이름이 문제. 록폰마츠라니...사과해...나의 록폰마츠에게 사과해...요괴뚱떙히 할아범 주제에ㅠㅠㅠㅠ 록폰마츠는 누님과 로리가 양립되는 최첨단 안드로이드 걸이란 말이다...라고 했더니, 록폰마츠는 길거리 이름이 먼저라고 해서 민망. 워낙 독특한 센스라 오리지널 이름인 줄 알았어요...길거리 이름이였다니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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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 IT맹인 저도 라우터는 압니다. 루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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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2. - 블랙회사 뻐큐머겅 두번머겅 계속머겅 \(`д´)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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