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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게임 - 묘사력이 아쉬운 생존게임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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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게임 - 4점 (2/5)
카나자와 노부아키 지음, 천선필 옮김


※ 이 감상은 AK노벨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일본에서 휴대폰 소설로 꽤 히트를 쳤다고 하는 작품. 이런 “생존게임” 류의 작품을 워낙 좋아하는데다가, 만화판을 본 지인들의 “말초적이지만 흡입력 쩌는 전개가 일품”이라는 공통되는 평가에 관심을 갖게 된 작품입니다. 일반소설로 나온 것 때문인지 가격이 만만치 않아 일단 스루한 작품이었는데요...어찌어찌 AK덕에 보게 되네요.

근데 유감스럽게도, 기대한 만큼 재미있지가 않았음...



이런 장르의 작품들은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인간군상들의 개성이 확실해야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데, 아무리 휴대폰 소설 출신이라고 해도 그렇지 묘사능력이 너무 딸립니다. 캐릭터 만들기가 너무 없어요. 같은 애가 죽어도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며 정이 들대로 든 미소녀가 끔찍하게 찢겨 죽는 것과, 설정상으로만 급우인 소녀가 끔살당하는 것은...받는 충격에 압도적인 차이가 있다고...-_-

속도감있는 빠른 전개는 좋습니다만, 너무 거기에만 신경을 썼다는 느낌? 소설이 다른 매체에 갖는 최고의 비교우위인 “내부심리를 포함한 세세한 묘사”에 신경을 거의 안 썼더라고요. 덕분에 충격적인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 상황이 잘 와 닿질 않았네요. 같은 설정, 같은 구도의 야짤이라도 그림체의 생생함에 따라서 에로도는 천차만별이잖아요? 초인들의 초월적 싸움보다, 평범한 인간들의 복싱이 묘사에 따라서는 더 파괴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거잖아요? 차라리 만화였다면 캐릭터성의 부족이 그림으로나마 보완되었겠습니다만, 이건 소설이니까요...무슨 만화 콘티에서 대사만 뽑아 놓은 것도 아니고...

말하고 보니 대사 비중이 지극히 높고 상황을 묘사하는 서술이 박약한 것이, 진짜 만화, 아니 애니 대본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라노베라도 이정도로 시각에 의존하면 좀 그럴 텐데, 삽화 한 장 없는 소설이 이러면 곤란하죠...

그나마 이것도 휴대폰-하드커버-문고본 순으로 계속 수정되며 굉장히 개선된 거라고 하는데 이러니, 휴대폰 시절엔 대체 문체가 어쨌는지 상상도 안 갑니다. 설마 상황 서술 같은 거하나도 없이 대화로만 메꿨던 건가? -_-;;



설정 자체는 참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

한 반의 모든 학생들에게 휴대폰으로 정체불명의 “왕”에게서 명령이 내려오고, 이걸 무조건 24시간 내에 따라야 합니다. 거부하거나 실패한다면 초자연적인 힘에 의해 끔찍한 벌(보통 참혹하게 살해당함)을 받게 된다는 설정. 처음엔 당연히 다들 장난인줄 알지만 실제로 끔찍하게 급우가 죽어나가기 시작하면서 차츰 믿게 되고, 명령의 악의가 갈수록 완수하기 힘든 레벨로 에스컬레이트하기 시작하면서...다들 공포에 몸을 떨게 된다는 이야기에요.

초현실적인 거대한 공포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친다는, 참 흔하지만 모범적인 설정이지요? 최근에 본 비슷한 느낌의 이야기로는 PA에서 애니화한 아야츠지 유키토 원작의 "Another"가 있었는데요...

엔딩에 대해 좀 걱정이 됩니다.

전 5권에 1권을 읽은 시점에서는 너무 이른 것 같기도 합니다만...

어나더의 "사자의 저주"에 비해, 이 작품의 만악의 근원인 "왕"은 압도적인 힘에 비해 너무 인간적이거든요. 너무 압도적으로 강해 이걸 어떻게 쓰러트릴 방법이 상상도 안 가는데, 쓰러트렸다가는 너무 편의적인 전개라며 짜게 식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이걸 쓰러트리지 않고 단순히 도망만 치기에는...너무 생생하게 인간적인 악의가, 복수심을 불타오르게 만드는 자아를 가진 존재가 바로 이 작품의 "왕"인지라...

복수에 성공해도 문제, 실패해도 문제가 될 것 같다는 느낌.

좀 어느정도 예상을 해 보고 싶어도, 이 1권...그냥 휘말려 든 학생들이 계속 죽기만 하다가 "유일한 생존자가 복수를 결의한다"로 끝나는...상쾌할 정도로 스토리가 없는 학살극인지라 뭐 상상을 할 건덕지가 없네요;;

1권인데 무슨 0권 같음. 프롤로그...



이렇듯 기대에 비해 꽤 실망하긴 했는데...뭐 그래도 이런 장르를 기본적으로 워낙 좋아하는지라, 생명의 위협이 주인공 일행에게 본격적으로 다가오는 후반부터는 그럭저럭 즐겁게 봤습니다. 주인공 일행이니만큼 그래도 캐릭터성이 최소한으로는 있어서, 아까 언급한 묘사 부족으로 인한 감정이입의 문제도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래도 2권은...솔직히 안 살 것 같음. 비싸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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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이 비슷한 지인들에 의하면, 만화는 제법 재미있다고 하네요.

역시 만화가 더 어울리는 이야기였어...

만화도 AK에서 정발중이며, 이번 달 1권이 나왔고, 6월에 2권이 나온다는 것 같습니다. 소설책 2권 분량 부터는 보게 된다면 소설이 아니라 만화로 보게 될 듯(...)

사람들 휙휙 죽어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분에게는 추천. 원래 이런 작품은 보는 사람이 보는 거니, 생존게임이라는 단어에서 이미 살 분은 살 것 같고요...하지만 저 같이 그런 장르를 좋아하면서도 인간 심리에 강하게 집착하는 스타일에게는, 심리묘사의 박약이 거슬릴 요지가 꽤 큰 만큼...개인적으로는 소설 원작 보다는 좀 느리더라도 같은 AK에서 정발중인 만화판으로 이 시리즈를 시작할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취향 비슷한 지인들의 호평만 듣고 만화판 자체는 안 본지라 강하게 확언하기는 좀 그런데, 이거 딱 소설로는 애매하지만 만화로는 상당히 괜찮을 구조의 이야기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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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노벨측의 스샷을 다량 이용한 만화 리뷰 http://cafe.naver.com/akpublishing/2580



...

역시 만화판이 훨씬 재밌어 보입니다. 너네 그렇게 생겼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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